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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푸드]탕수… 스테이크… 색다른 콩요리 건강을 먹는다

입력 | 2007-06-01 03:01:00

‘싼 게 비지떡’이라지만 비지떡(오른쪽 줄 가운데)은 더는 싼 떡이 아니다. 삶은 콩을 손으로 짜낸 뒤 남는 ‘진짜 비지’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콩을 충분히 섭취하기 좋게 만든 ‘쥐눈이콩마을’의 한정식 요리를 한데 모았다. 고양=원대연 기자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음식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서로의 삶에 개입하고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함께 식사를 하고 싶고, 마음이 통하는 이에게는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주고 싶다.

정성이 담긴 깔끔한 상을 받으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그 바탕에 건강한 재료와 건강한 조리 과정까지 깃들여 있다면 금상첨화다.

건강한 식재료의 대표 격은 콩이다. 단백질의 보고(寶庫)인 콩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과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이다.

최근 참살이(웰빙) 열풍이 불면서 ‘천연 여성호르몬’으로 불리는 이소플라본 함량이 높은 쥐눈이콩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양 의학계는 동양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낮은 것이 콩 속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콩에 함유된 올리고당은 장내 비피더스균을 활성화시킨다. 비피더스균은 발암물질 생성을 억제해 대장암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쥐눈이콩을 활용한 음식과 소스를 전문으로 만드는 이혜선(50) 씨의 도움을 받아 콩을 식탁에 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알아봤다.

경기 고양시에서 한정식집 ‘쥐눈이콩마을’을 운영하는 이 씨는 자신의 음식점에 있는 된장과 식초 제조장에서 고양시와 공동으로 전통음식 만들기 무료 체험행사를 열고 있다. 된장과 간장을 가르는 장 가르기와 손두부 만들기 등 계절에 맞는 행사가 한 달에 한 번씩 열린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쥐눈이콩 비지 탕수

입 안에서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따뜻할 때 먹으면 더욱 고소하다. 콩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콩 맛을 알게 해 주는 데 도움이 된다.

분홍색 소스가 식욕을 자극하는데 이것이 포인트다. 이 분홍빛은 쥐눈이콩을 삶으면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 여기에 식초와 전분, 물엿을 약간 추가하면 소스는 끝. 쥐눈이콩을 삶은 물을 옛날 시골에서는 약으로 쓰기도 했다.

튀김옷을 입은 것은 한입에 쏘옥 들어가는 크기로 썬 새송이버섯과 비지를 뭉쳐서 만든 완자. 비지는 쥐눈이콩으로 두부를 만들고 남은 것으로 만들었다. 비지를 구하기 힘들면 살짝 튀긴 누룽지에 쥐눈이콩 소스를 얹어 먹어도 맛있다.

# 청국장 다시마말이

무가 아삭하게 씹히는 느낌과 향긋한 다시마, 고소한 청국장의 맛이 입 안에서 잘 어우러지는 요리다.

다시마를 데쳐서 먼저 깔고 얇게 썬 무 초절임을 그 위에 얹은 뒤 청국장, 잘게 썬 부추와 당근, 검은깨 등을 얹어 먹는다.

콩을 너무 많이 먹으면 부족해질 수 있는 요오드 성분을 다시마로 보충하는 건강식이다. 콩에 들어있는 항암성분인 사포닌은 요오드를 체외로 배출시키는 단점이 있다.

시중에서 파는 단무지나 초절임에는 방부제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과 정성을 조금만 들이면 초절임은 쉽게 만들 수 있다. 물과 식초를 절반씩 넣고 기호에 따라 올리고당이나 흑설탕 등을 첨가한 식초 물을 만든다. 여기에 얇게 썬 무를 2∼7일 가량 담가 두면 완성.

# 콩죽

콩 특유의 고소한 맛이 살아 있다. 약간 검은색을 띠는 것이 검은깨 죽을 연상시킨다. 콩 속에는 단백질 소화를 방해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콩을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다. 콩 죽은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쌀가루와 쥐눈이콩을 간 뒤 적당한 양의 물을 넣고 보통 죽을 만들 때처럼 쑤면 된다. 콩과 쌀은 방앗간에서 가루를 내는 것이 좋다. 콩을 갈면 공기와 접촉해 지방이 산화된다.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콩을 갈았다면 최대한 빨리 먹도록 한다. 쥐눈이콩으로 죽을 쑤어 먹으면 소갈증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 두부비지 스테이크

고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제격이다. 콩의 고소한 맛과 야채의 향긋한 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운다. 으깬 두부와 비지, 계란, 야채를 뭉쳐 만든다. 돼지고기 살코기를 조금 첨가해도 맛있다. 고기가 들어가도 콩과 야채 때문에 담백하고 깔끔한 느낌이 훨씬 강하다.

시중 음식점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비지는 맛이 없다. 기계로 콩물을 짜기 때문에 영양분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손으로 콩물을 짠 뒤에 남는 비지는 비지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남아 있다. 손두부를 만들고 남은 비지를 구할 수 있다면 약간의 밀가루와 부추 등과 섞어 전을 부쳐 먹어도 맛있다.

■ ‘쥐눈이콩’ 이란…

쥐눈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 약성 뛰어나

반질반질한 겉면과 작은 크기가 쥐눈처럼 생겼다고 해서 쥐눈이콩(서목태·鼠目太)으로 불린다. 여우콩이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이맘때 파종을 하면 7월에 노란 꽃이 핀다. 타원형의 깍지 속에 지름 5∼7mm 정도의 검은 열매가 열리면 수확한다.

약성이 뛰어나 예로부터 ‘약콩’으로 유명했다. 동의보감에서는 신장병에 좋고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 준다고 했다. 본초강목에서는 쥐눈이콩을 삶은 즙은 독을 풀고 신장병을 잘 다스려 소변을 잘 보게 한다고 전한다.

경희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홍렬 교수팀의 분석(2004년)에 따르면 쥐눈이콩은 일반 콩에 비해 이소플라본 성분이 5∼6배 많다. 특히 발아된 콩에는 더 많은 이소플라본 성분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