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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기자의 자동차 이야기]수동변속기로 바꾸세요

입력 | 2007-06-01 03:01:00


요즘 매일같이 지구온난화 등 환경 파괴를 경고하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의 제임스 핸슨 소장 등 48명의 국제 연구진은 대기화학 및 물리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화석연료를 태운 가스를 지금 같은 수준으로 10년만 더 배출하면 “재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소비 결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불리며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원유 가격의 폭등으로 휘발유 가격은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은 자동차 연료 사용량을 줄이려고 나름대로 묘책을 써보지만 효과가 크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가장 효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과 연료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은 자동차를 정비하고 천천히 운전을 하는 것보다 아예 자동차 사용을 줄이는 것이죠. 그럴 수 없다면 배기량을 낮추거나 수동변속기로 바꾸는 것이 차선책입니다.

해외에서 팔리고 있는 현대자동차 1100cc급 아토스 수동변속기 모델의 k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1g인데 자동변속기로 바꾸면 145g으로 늘어납니다. 수동변속기가 자동변속기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연료 소모가 10% 적다는 뜻이죠.

수동과 자동변속기 모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베르나(1400cc)의 경우 146g과 169g, 쏘나타(2400cc)는 198g과 210g입니다. 자동변속기밖에 없는 그랜저(3300cc)는 245g으로 아토스에 비해 87%나 높습니다. BMW 760Li는 327g, 벤츠 S600은 340g이나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내놓습니다.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연료비와 이산화탄소를 10% 줄일 수 있는 수동변속기 모델의 비율이 10% 이하입니다. 아토스나 비스토 같은 경차 모델도 수익성이 없다며 단종해 버렸습니다. 판매되는 차의 평균 배기량도 계속 높아지고 있지요.

기업의 성장이나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크고 힘찬 엔진이 좋겠지만 연료비 절약과 나중에 치러야 할 환경 파괴에 대한 대가를 생각한다면 수동변속기와 저배기량 차량의 선택은 소극적인 의미에서 선(善)을 실천하는 것과도 같다는 생각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