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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신당 합당 급진전… 당내 ‘대통합론자’ 반발 변수

입력 | 2007-06-01 03:01:00

“잘됩니까” “글쎄요” 범여권의 통합 작업이 치열한 가운데 31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국회 개원 5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왼쪽)과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가 나란히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의 통합 시한(6월 14일)이 다가오면서 범여권 각 계파가 통합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비(非)한나라당 세력의 총결집을 추진하는 ‘대통합’ 진영은 세 불리기 대결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를 중심으로 ‘특정인사 배제론’을 내세운 ‘소통합’ 진영은 중도개혁통합신당과의 당 대 당 통합 협상의 막바지에 와 있다. 이런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31일에도 “범여권의 대통합을 위해선 할 말은 하겠다”며 ‘훈수정치’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대통합 진영은 세 불리기 양상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정대철 상임고문 주도의 추가 탈당파는 모두 민주당 원내그룹과 시민사회세력 등을 끌어들여 ‘제3지대’에서 창당한다는 밑그림이 같다. 따라서 ‘제3지대’에 참여하는 인물의 면면과 수가 변수다.

저울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대통합 형식으로 가느냐, 추가 분당(分黨) 국면으로 빠져드느냐가 갈린다.

정 고문을 중심으로 10명 안팎의 의원이 15일 탈당을 예고하자 문희상 전 의장은 31일 ‘10일 전후 15∼20명 의원 선도 탈당’이란 카드로 치고 나왔다.

문 전 의장은 이날 통합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살아 있는 지도부는 최고위원회밖에 없다. 대통합의 밀알이 돼 그것이 성사가 된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의장 등 지도부의 양해 아래 선도 탈당을 추진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자신이 선도 탈당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유인태 의원도 문 전 의장과 생각이 같다.

특히 문 전 의장의 발언은 친노 진영의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6월 10일을 전후해 통합의 큰 기류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한 뒤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 전 의장과 이 전 총리, 유 의원은 지난달 29일 밤 만나 대통합 문제를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이 전 총리는 친노(親盧·친노무현) 인사들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모양새다. 최근 이 전 총리는 친노 의원들을 두루 만나 대통합 신당 참여를 설득하는 한편 “신설 합당을 원하지만 원칙 없이 당을 흔드는 구조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당을 사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통합의 주도권이 ‘친노 배제’ 쪽으로 기울 경우 열린우리당 사수파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소통합 진영은 협상 진전

소통합 진영인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은 논란이 돼 온 ‘특정인사 배제’ 문제와 관련해 ‘핵심 국정 실패 책임자는 함께할 수 없다’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적시하는 것으로 통합 협상을 진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 실패 책임자 배제 원칙은 살리되, 그 대상을 축소하는 것으로 양당이 조금씩 서로 양보했다는 것.

민주당은 1일 중앙위원회를 거친 뒤 3일 기자회견을 갖고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여기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훈수’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합 진영이 “배제하지 말고 대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당부에 힘을 얻으면서 민주당 박상천, 통합신당 김한길 대표의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러나 통합 대상에 대한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 변수다. 우여곡절 끝에 양당 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양당 내부의 추인 과정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대통합을 주장해 온 김효석, 이낙연 의원 등 원내 인사들과 장상 전 대표, 정균환 전 의원, 박준영 전남지사, 박광태 광주시장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 내 ‘반(反)박상천 그룹’은 박 대표의 소통합 협상 중단과 대통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한 서명 참가자는 “박 대표가 우리의 목소리를 끝까지 외면한다면 탈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DJ “혼란한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에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내가 50년동안 몸담은 민주개혁세력의 지리멸렬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면서 점잖게 있을 순 없다. 국민이 많은 실망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훈수정치’ 논란에 대해서도 “국민 바람을 전달하고 소신껏 얘기한 것일 뿐”이라고 못마땅해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정 의장에게 “지금은 대통합이 대의이자 명분이다”며 “정해진 시점까지 대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되, 여의치 않다면 포기하지 말고 차선의 방법을 현실화하라”고 주문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