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협상이 난항을 겪던 와중에서도 15살이나 어린 권호웅 북측 내각 책임참사에게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라며 깍듯이 대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장관은 1일 오후 3시20분경 열린 종결회의에서 공동보도문 낭독에 앞서 권 단장에게 "3박4일 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마감 종결회의를 하게 돼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측이 종결회의를 갖지 말자는 입장을 견지했는데 남측이 설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종결회의 개최는 남북이 오전부터 합의한 사항"이라며 "어려운 회담이 정상적으로 종료된데 따라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장관은 전날 저녁 열린 공동석식에서는 '미안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는 만찬장에서 "어제는 참관지를 다녀와 산책도 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그런 시간이 없어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당시 참관이 북측의 요청에 의해 취소됐는데도 오히려 미안하다는 의사를 표한 것.
권 단장이 이에 "일 잘하는 것이 중요하죠"라며 받자 이 장관은 이어 "과거에는 환송만찬으로 해서 큰 만찬 하다가 이번에는 간소하게 실무적으로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남북은 이번 회담에 앞서 회담 운영의 간소화 차원에서 환송만찬 대신 공동석식을 갖기로 합의한 바 있어 따지고 보면 이 장관이 굳이 미안해할 필요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
석달 전 평양에서 열린 제20차 장관급회담에서는 목격되지 않았던 장면이 이어진 데 대해 회담장 안팎에서는 쌀 차관 제공을 약속했는데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된데 대한 미안함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남북 간에 합의한 것은 합의한 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해 온 이 장관으로서는 `5월 하순 첫 항차를 출항시킨다'고 적시된 쌀 차관합의서가 발효된 상황에서 "합의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권 단장을 설득할 명분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회담 소식통은 "이유야 어찌됐든 상황에 밀려 합의를 이행하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에 이 장관이 다소 저자세를 보인 것같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서울=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