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DNA를 이식하라/게리 닐슨, 브루스 패스터낵 지음·BAH Korea 옮김/496쪽·2만5000원·21세기북스
Q: 이 조직은 변화를 위한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만 변화를 위한 계획을 실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변화를 꾀할 권한이 없는 직원들은 ‘이번에도 이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을 하기 일쑤다. 평균을 쫓아가기에도 급급한 조직이다.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려 하다만 보니 자신이 이룩한 제국이 서서히 무너지는데도 유유자적한다.
A: 순응저항형 조직. 기업 다수가 여기에 속할 정도로 뿌리 깊은 병이다. 조직 체질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권한, 의사소통 체계, 동기부여 요소, 조직구조가 제각각 따로 논다. 침묵을 지키는 대다수 직원이 조직의 프로젝트가 실패할 줄 알면서도 일단 대세를 따르고 본다. 자기만족에 빠져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 책은 “진짜 적은 조직 내부에 있다”고 강조한다. 조직 안에 뿌리 박혀 있는 개인의 행동양식이 기업 전략의 성패를 가르는 근본 요인이라는 것. 다국적 컨설팅전문 회사 ‘부즈앨런해밀턴’의 컨설턴트들이 수많은 사례를 분석해 조직 문화의 특징을 체계화했다. 기업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소를 ‘기업DNA’로 명명하고 이를 분석하는 툴(tool)을 개발해 5만 여건에 이르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이 책이다.
이 결과에 따르면 조직문화는 7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순응저항형을 비롯해 자유방임형(아름다운 꽃은 많지만 하나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과다성장형(성공신화를 이뤘으나 지나친 팽창으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과도관리형(최고 부서가 직원을 일일이 관리한다)은 허약하다. 이에 비해 민첩대응형과 일사불란형, 유연적응형은 건강하다. DNA 진단과 처방은 실제 기업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에피소드로 펼쳐진다. 혁신을 주장하는 회계담당 직원, 지레 체념하는 시장조사 부서의 임원,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최고경영자(CEO)의 구조조정에 진저리가 난 영업기획부 직원 등 구체적이고도 흥미로운 사례가 자칫 딱딱하게만 느껴질 내용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부록으로 실은 한국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기업은 과도관리형과 과다성장형이 많고 의사결정 권한과 동기부여 요인이 취약하다.
책을 읽다 보면 ‘아, 우리 조직은 이렇지’ 하고 금방 감이 잡힐 것이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속한 조직 유형과 가장 가까운 장(章)으로 눈이 간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