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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에만 미안해 못 견디는 이재정 씨

입력 | 2007-06-03 23:12:00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일 끝난 21차 남북 장관급회담 때 북측 대표인 권호웅 내각책임참사에게 ‘미안하다’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북은 회담 기간 내내 쌀 40만 t을 달라는 소리만 하며 회담 의제에 대한 협상마저 거부했다. 이 씨는 그런 북에 ‘쌀을 받고 싶으면 2·13 합의부터 이행하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커녕 비위만 맞추려고 애썼다. 쌀을 들려 보내지 못한 게 그렇게도 미안한가. 다음 일정조차 못 잡았는데도, 회담의 판을 깨지 않은 게 그렇게 고마운 일인가. 김정일 정권에 자신의 운명을 맡긴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처럼 비굴할 수는 없다.

이 씨가 이런 태도를 보이니 15년 아래인 북측 대표한테서 면박과 수모를 당하고, 북에 줄 것 다 주면서도 좋은 소리 못 듣는 것이다. 나흘간의 회담 비용으로 3억 원이 넘는 돈을 쓰고도 고작 알맹이 없는 4문장, 250자에 불과한 공동보도문 하나 내는 데 그쳤다. 그러고도 “이번 회담이 결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혼자 주장하니 국민이 오히려 낯 뜨겁다. 더구나 ‘남북관계를 우리 민족끼리의 정신’에 부합시켜야 한다고 공동보도문에 못 박았으니 북의 요구에 얼마나 더 끌려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

명색이 대한민국 장관직을 맡았으면 북에 당당한 자세로 할 말은 해야 한다. 이 씨는 한번이라도 제대로 7000만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을 포기하라고 북에 촉구해 본 적이 있는가. 이 씨는 굶주림에 허덕이고 인간 대접을 못 받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침묵하고 있고, 납북자와 국군포로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이 씨가 정작 ‘미안하다,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여야 할 대상은 바로 우리 국민이다. 남북철도는 5454억 원이나 들이고 고작 한 번의 시험운행에 그쳤다. 그런데도 북한 정권은 쌀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담 기간 내내 트집을 잡다가 돌아갔다. 그런 상대에게 이 씨는 “미안합니다”를 연발하면서 우리 국민에게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느냐”고 대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