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나서는 일본야구대표팀의 사령탑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얼마 전 “이승엽(요미우리)에게도 약점이 있다. 몸쪽 높은 공이다”라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들은 김경문(두산) 한국대표팀 감독의 반응은 짧고 간결했다. “제구가 된 몸쪽 높은 공을 칠 수 있는 타자가 몇이나 되나.”
몸쪽 공은 투수에게나 타자에게나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투수는 몸쪽을 잘 공략해야 하고, 타자는 두려움 없이 몸쪽 공에 맞서야 한다.
투수가 몸쪽 공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칫 가운데로 몰려 장타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것. 또 하나는 돌덩이처럼 날아가는 공이 ‘흉기’로 변해 타자를 맞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몇 해 전까지 수준급 마무리로 군림했던 한 투수는 “내 공에 맞은 선수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던지기가 꺼려진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강심장 투수라야 던질 수 있는 게 몸쪽 공이다. 그러면 요즘 몸쪽 공을 가장 잘 던지는 투수는 누구일까.
정답은 두산의 외국인 선수 다니엘 리오스다. 완봉승을 거둔 3일 LG전에서 볼 수 있듯 몸쪽 승부가 통하는 날 리오스는 ‘언터처블’이다.
그의 몸쪽 공은 특별한 데가 있다.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 그는 주로 투심 패스트볼(실밥 위에 검지와 중지를 걸치고 던지는 공)을 구사하는데 그 방향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똑바로 날아올 때도 있고, 밑으로 뚝 떨어지기도 한다. 가끔은 역회전이 걸려 타자 몸쪽으로 솟아오른다. 스피드도 무시무시하다. 카운트를 잡는 바깥쪽 직구가 시속 145km 안팎인데 몸쪽 공은 148km까지 나온다. 몸쪽 공이 먹히면 바깥쪽 슬라이더의 위력이 배가된다.
타자들은 몸에 맞기를 각오하고 타석에 바짝 붙을 수도 있다. 그러나 리오스는 냉정하다 못해 무자비하기까지 하다. 2002년 KIA에 입단한 뒤 작년까지 리오스는 5년 연속 ‘몸에 맞는 공’ 1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4일 현재 6개로 삼성 제이미 브라운(8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른바 ‘거침없이 몸쪽 공’이다.
한 기록원은 “리오스의 관건은 몸쪽이다. 몸쪽 공이 되는 날은 통하고 아니면 무너진다”라고 말했다. 다승(8승)과 평균자책(1.64) 1위의 힘은 당연히 몸쪽 공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