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긴장을 풀고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와 같은 곳이다. 가족 성원들끼리는 다른 인간관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심리적 안정과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오늘날과 같이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쌓이는 긴장을 풀어 주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곳으로서의 가족이 가지는 정서적 기능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
[TIP] 확대 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여전히 인간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회 집단이다. 남편과 아내,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 오빠와 누나 등의 지위를 가진 개인들이 한데 모인 가족은 사회의 어떤 집단보다 지속적인 상호 작용을 한다. 가족은 정서적 유대를 바탕으로 전인격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며, 공동 운명체의 성격을 지닌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엄마 걱정’,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TIP] 유년기에 겪은 궁핍한 생활의 기억을 그린 시다. 장에 나간 엄마는 밤이 깊어도 오지 않는다. 어린 화자는 엄마를 기다린다. 빈 방에 혼자 있는 어린 화자는 외롭고 무섭다. 가난 때문에 ‘배추 잎 같이’ 지친 걸음을 해야 했던 엄마의 삶과 화자의 정신적 고통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워지지 않는다.
인간은 생물학적 특성상 오랜 기간 동안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자녀는 부모의 보살핌과 관심을 받으면서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가족은 이처럼 보살핌과 성장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여기에는 최소한의 삶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매컬리 컬킨이라는 아역 배우를 일약 유명하게 만들어 준 ‘나홀로 집에’는 케븐 매컬리스터라는 여덟 살 난 소년이 우연히 홀로 집에 남겨져 겪게 되는 고독과 모험을 그린 영화다. (중략) 미국의 아이들은 처음에는, 물론 그러한 자유를 즐기고 좋아한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그들은 고독을 느끼게 되고, 이윽고 가정을 파괴하는 위협적인 요소들(소리 없이 스며들어와 집을 파괴하는 도둑들)과 대면하게 된다. (중략) 그러므로 ‘나 홀로 집에’는 사실 모든 미국 어린이들의 현실이자, 모든 미국 주부들의 악몽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성곤 “‘나 홀로 집에’와 잊혀진 아이들”, 교육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
[TIP] 가족은 사회화 기능을 담당한다. ‘사회화’는 인간이 타인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규범을 내면화하는 과정을 말하며 이를 통해 인간은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에 적합한 행동양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태어남과 동시에 소속되는 가정은 개인의 초기 사회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1차적 사회 기관이다.
위 영화에서처럼 우리 사회에도 맞벌이 부부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부부), 싱커스족(THINKERS·Two Healthy Incomes, No Kids, Early Retirements·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고, 일찍 정년퇴직해 여유로운 노후를 즐기는 계층), 싱글맘족(남편 없이 아이를 기르는 여성)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가족의 형태가 아무리 다양해져도 가족에게는 사랑 우애와 같은 변함없는 가치관이 필요하다. 가족이 담당해야 할 사회화는 이런 보편적 가치들을 바탕으로 한다.
전지용 최강학원 통합언어논술 대표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