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테러 용의자들에 대해 미 군사법원이 4일 “재판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혐의를 기각했다.
이는 테러 용의자들을 군사법정에 세워 처벌하려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에 제동을 거는 것이어서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5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군사법원은 전범으로 붙잡힌 오마르 카드르와 살림 아메드 함단 2명에 대해 “군사재판의 대상인 ‘불법적 적(敵) 전투원(unlawful enemy combatant)’으로 볼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즉 두 사람이 민간인 복장을 하거나 무기를 숨긴 채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은 불법적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카드르는 5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살해한 혐의로, 함단은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운전사 역할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함단은 미국 내 일반법정에서 재판 받을 권리를 제한당한 채 군사법정에 서는 것은 위헌이라며 소송을 내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테러범을 군사법정에서 재판하도록 규정한 ‘군사위원회법’을 제정했다. 이날 판결은 이 법에 따라 진행된 첫 재판에서 나온 것.
외신들은 법의 허점을 지적한 이번 판결로 부시 행정부가 강행한 테러 관련 정책의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관타나모 수용소에 알 카에다와 탈레반에 연계됐다는 혐의로 수감돼 있는 테러 용의자 380여 명의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판결로 용의자들이 풀려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재판권과 관련한 공소 내용을 수정해 항고하겠다”고 밝혔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