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사실은 함봉진 서울대 의대 정신과 교수팀이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전국 37개 의대 본과 1∼4학년생 7135명(본과 의대생의 50%)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조사 시점을 기준으로 1년 이내에 우울증을 겪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12.9%였다. 1개월 이내는 5.3%, 6개월 이내는 9.8%였다. 함 교수팀은 이를 토대로 앞으로 의대생 5명 가운데 한 명(20%)이 평생 한 번 이상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유병률)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한국인의 우울증 유병률 4.8%(2001년 보건복지부의 정신역학조사)의 4배가 넘는 수치다.
1년 이내에 자살을 생각한 사람의 비율은 8.7%였으며, 1.4%는 자살 계획을 세웠고 0.3%는 실제 자살을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이 비율은 1개월 이내를 기준으로 할 때 각각 4.0%, 0.8%, 0.2%였다. 함 교수팀은 의대생의 22.8%가 평생 동안 자살을 한 번이라도 생각할 가능성이 있으며, 4.2%는 자살 계획을 세우고 2.2%는 실제 자살을 시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의대생은 우울증의 주범으로 스트레스(75%·이하 복수응답 기준), 가정환경이나 성장과정에 대한 불만(44.0%), 지나친 경쟁에 따른 피로(43.8%), 심약함(38.0%), 유전적 요인 (26.9%), 자아 정체성 혼란(23.2%)을 꼽았다. 1년 이내에 우울증을 겪은 응답자는 우울증을 겪지 않았을 때에 비해 학습 능률 저하가 2.9배, 대인관계 불만족이 4.7배, 신체적 건강 상태 저하가 4.1배 가량 많았다고 응답했다.
여자 의대생이 남자에 비해 우울증을 앓은 비율이 1.7배, 자살 시도율도 1.3배 높았다. 저학년일수록, 자취 및 하숙을 할수록 우울중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의대생 가운데 한 학기에 평점 2.0 미만을 한 번이라도 받은 학생은 12.6%였다. F학점(13.9%), 휴학(11.2%), 유급(10.4%)의 비율도 상당히 높아 학업 성취도가 낮은 편이었으며 의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10.2%였다.
의대생의 우울증 유병률이 다른 집단에 비해 높은데도 불구하고 의대생의 정신건강 상식은 낮은 편이었고, 대학의 대처도 미흡한 편이었다.
의대생의 53.9%가 약물은 정신 질환을 치료하지는 못하고 증상만 조절할 뿐이라고 응답했으며 26.3%는 정신과 약물에 중독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또 자살예방 프로그램이 있는 대학은 2개에 불과했으며 7개 대학만이 우울증 조기발견 선별 검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함 교수는 “의대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를 알아보기 위한 조사”라며 “의대의 교육 특성에 맞는 상담실의 운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