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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마약세탁소?

입력 | 2007-06-06 19:42:00


한국이 국제마약조직의 마약 공급 '세탁지(경유지)'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동향은 대검찰청이 6일 발간한 '2006 마약류 범죄백서'를 통해 확인됐다.

검찰은 이 같은 동향이 확인됨에 따라 세계 최대 마약공급지로 부상한 '골든트라이앵글(태국 라오스 미얀마 접경지대)'에 검찰 수사관 2명을 상주 배치하고, 미국 마약청(DEA)에 검사와 수사관을 파견해 마약조직 정보수집과 마약 근절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은 마약 세탁소?=2002년 대대적인 단속으로 국내 마약 제조·공급 조직이 대부분 붕괴됐다. 이 때문에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마약청정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이 때문에 국제마약조직이 한국을 마약 '세탁소'로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 한국을 경유하면 상대적으로 검역이 허술하다는 점을 이용한다는 게 검찰 분석이다. 한국인을 마약 운반책으로 활용하다가 적발되는 일이 잦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적발된 필로폰과 코카인 전체 거래량 30㎏(1회 투여량 0.03g) 중 국내 소비 목적은 8㎏에 불과했다. 나머지 22㎏은 한국을 거쳐 '세탁'한 뒤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 밀수출하려다 적발된 것이다.

5월 현재 국제 마약 조직 등에 고용돼 마약 운반을 하다가 적발돼 외국 사법기관에 구속된 한국인은 100여 명에 이른다고 검찰은 밝혔다.

▽마약 거래 범죄 증가=지난해 적발된 전체 마약류 사범은 7709명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압수한 필로폰 양은 2만153g으로 162억 원어치에 이른다. 압수량은 전년 대비 11.6% 증가한 수치다.

검찰은 한동안 주춤하던 마약류 범죄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판단이다. 올해 들어서는 4월까지 적발된 마약류 사범이 271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마약류 사범 중 제조, 밀수, 밀매, 소지 등 마약 거래 사범은 1691명으로 2005년(1270명) 보다 16.3%나 증가했다.

검찰은 "세계 마약류 공급 루트 변화와 국제교류 증가로 정체상태에 있던 필로폰 밀수, 밀매 등 공급 사범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우편거래를 통한 마약 밀수 사례도 지난해 105건으로 2005년(46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필로폰 공급지도 중국에서 동남아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사범 2명 중 1명은 과거 마약류 관련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2004년 30%가량에 머물던 재범률이 2005년 42.8%로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45%에 이른 것. 국내 마약류 사범의 77.9%를 차지한 필로폰, 엑스터시 등 향정신성의약품은 재범률이 51.2%나 됐다.

전통적인 마약류인 아편, 대마 사범이 꾸준히 줄고 있는 반면 필로폰 등 신종 마약류 사범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최근 추세다. 엑스터시 등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신종 마약류는 지난해 3218정이 밀반입돼 전년대비 127.1%나 증가했다.

신종 마약류는 주로 해외 유학생이나 외국인 강사 등이 국내에 들여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