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구통만한 먹이를 문 개미 한 마리
발 밑으로 위태롭게 지나간다 저 미물
잠시 충동적인 살의가 내 발꿈치에 머문다
하지만 일용할 양식 외에는 눈길 주지 않는
저 삶의 절실한 몰두
절구통이 내 눈에는 좁쌀 한 톨이듯
한 뼘의 거리가 그에게는 이미 천산북로이므로
그는 지금 없는 길을 새로 내는 게 아니다
누가 과연 미물인가 물음도 없이
그저 타박타박 화엄 세상을 건너갈 뿐이다
몸 자체가 경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노상 엎드려 기어다니겠는가
직립한다고 으스대는 인간만 빼고
곤충들 짐승들 물고기들
모두 오체투지의 생애를 살다 가는 것이다
그 경배를 짓밟지 마라
―시집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문학동네) 중에서》
인간은 모든 식물과 동물의 길을 뭉개어 저 혼자만의 길을 만들지만 미물들은 지나간 뒤에도 길을 남기지 않는다. 제가 몸을 비집고 나아가는 곳이 길이 되므로 길과 길 아닌 곳이 따로 없다. 인간에 비하여 보잘것없는 동물들을 미물이라 한다. 그러나 필요한 것 이상은 취하지 않으며, 매순간 온몸으로 삶을 통과하는 저들이야말로 우리들의 스승이 아닐까.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