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소집 3일 전에 컵대회 6강 플레이오프를 하는 건 멍청한 일이다. 오늘 김두현의 플레이는 최악이었다. 이런 식으로 경기하면 성남에서 뛰는 걸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아시안컵 본선에서 적어도 4강에는 들어야 한다. 만약 실패하고 나 자신의 실수가 많았다고 생각되면 축구협회에 다른 지도자를 찾는 게 낫다는 얘기를 할 것이다.”
핌 베어벡 감독의 이런 발언들이 팬들을 들끓게 하고 있다. 그는 2일 네덜란드와의 A매치에서 0-2로 패한 뒤 K리그와 선수 탓을 해 누리꾼의 원성을 샀다. 6일 아랍에미리트와의 올림픽축구 예선(3-1 한국 승)이 끝난 뒤엔 “7월 아시안컵에서 4강에 못 들면 사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취임 땐 우승한다더니 한발 빼는 것 아니냐”는 역풍을 맞고 있다.
이원재 대한축구협회 홍보국 부장은 “김두현에 대한 비난은 언론에 얘기하기 전에 미리 김두현과 상의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선수가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다음 날 언론에 나면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그날 라커룸에서 “너에 대해 질문을 받을 경우 잘못을 좀 지적하겠다”고 베어벡 감독이 말했고 김두현도 동의했다는 얘기다.
또 ‘아시안컵 4강 운운’ 발언에 대해선 “우승이 목표인데 4강에 못 들면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게 와전됐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한 언론에 “우승이 목표인데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이 부상이라 힘들 것 같다”고 한 인터뷰 기사를 한국 언론에 설명하면서 마치 4강에 못 들면 사퇴하겠다는 듯 비쳤다는 것이다.
이 설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K리그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적절치 못했다. 또 이런 설명이 ‘베어벡 감독 경질’ 등 쏟아지는 팬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변명은 아니길 바란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