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 40년대에 지은 보세창고 등 옛 건축물이 즐비한 인천 중구 해안동 일대가 ‘미술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인천시가 이 일대 낡은 건물을 매입해 창작활동과 전시, 미술 교육, 커뮤니티가 이뤄지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는 것.
구도심권을 공동주택과 상업시설을 짓는 개발 위주의 사업과 달리 옛 도심을 문화교류 공간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주민과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문화·예술 소통의 장으로=미술문화 공간 조성사업이 이뤄지는 곳은 중구 해안동1가 10-1 일대 33필지.
이곳에는 13개 낡은 건축물이 있는데 보존과 활용이 가능한 건축물 9개 동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 동을 철거할 계획이다. 시는 총 2556평에 214억8000만 원을 들여 내년 8월까지 미술문화 공간 조성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창작 공간(562평)에는 작업실 24실과 게스트룸 11실, 공방 3곳이 들어선다.
전시 공간(263평)에는 갤러리, 야외전시장 등이 들어설 예정. 또 미술체험 교실과 주민들이 직접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교육 공간(336평)이 설치된다.
이 밖에 아트숍, 휴게실 등 커뮤니티 공간과 공연장 등 다목적 공간이 들어선다.
시는 주민과 작가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구도심권을 문화예술의 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조성사업을 맡고 있는 인천시 주택건축과 이풍우 팀장은 “미술문화 공간을 통해 인천의 지역문화와 예술발전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운영 방향이 성패 좌우=미술문화 공간의 특징은 송도국제도시 등 신시가지에 밀려 슬럼화되고 있는 구도심 지역에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계획 수립 단계에서 건축가, 미술평론가, 도시계획가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미술을 매개로 창작과 전시, 교육, 교류가 진행되는 공간을 기획하지 못할 경우 자칫 모두가 외면하는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
최근 인천 등 수도권 작가와 미술 관계자 2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들 중 과반수가 미술문화 공간 시설 유지 및 관리, 운영 주체로 인천문화재단을 꼽았다. 또 미술문화 공간을 작가와 주민을 위한 비영리 개방형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개화기 거리와 시너지 효과 기대=미술문화 공간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인 중구 중앙동이 개화기 거리로 탈바꿈하고 있다.
인천 개항(1883년) 이후 지어진 뒤 지금까지 보존된 근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사라진 근대 주요 건축물을 복원해 차이나타운과 일본풍 거리로 재현하고 있는 것.
중구는 4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100여 년 전 일본인이 살던 일본지계인 중앙동 중구청 정문 앞길에 늘어선 92개 건물 중 14개 건물의 외관을 최근 일본식으로 고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일본식 건물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일본풍 거리 조성은 인근 미술문화 공간과 함께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