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마이클 오펜하이머 프린스턴대 교수가 최근 유엔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적이 있었다.
그가 “장기적으로는 인류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자, 누군가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때 오펜하이머 교수가 근거로 댄 이유 중 하나가 인상이 깊었다.
“엑손모빌이 지구온난화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엄청난 의미가 있는 진전이다.”
도대체 엑손모빌이 어떤 기업이기에?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은 매년 월마트와 함께 전세계에서 매출액 1, 2위를 다투는 기업. 그동안 환경단체들이 ‘지구 환경의 적’으로 비판해 온 기업이다. 엑손모빌은 한때 ‘지구온난화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연구를 지원하기도 했다.
요즘 미국 기업들에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환경보호’ ‘지구온난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간판 기업인 GE는 아예 회사 차원의 환경전략을 마련하고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GE는 그동안 증가하기만 하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제는 감축해 2012년까지 2004년 수준에서 1% 감축하기로 했다. 월마트도 회사 차원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기존 백열전구 대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를 보급하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
심지어 그동안 석탄을 주로 사용한 발전소를 가동해 오면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려 온 전력회사들까지 이제는 탄소 배출에 제한을 두는 문제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에는 GE, 제너럴모터스(GM), 듀폰 등 대기업들이 ‘미국 기후변화 행동 연대’를 구성해 미국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탄소 배출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기업들이 친환경으로 돌아선 것은 이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는 인식과 함께 ‘환경=돈’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