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 고모산의 고모산성에서 발견된 삼국시대 최대 목조 지하 건축물. 5세기 전반 신라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3층 구조의 이 목조 건축물을 지상에서 촬영한 모습이다. 사진 제공 중원문화재연구원
원숭이로 보이는 동물의 얼굴을 네 면에 새긴 청동 장식품으로 고모산성 저수지에서 발굴된 것이다. 이는 솟대 끝부분 장식품으로 추정된다. 사진 제공 중원문화재연구원
삼국시대 것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목조 지하 건축물이 경북 문경시 고모산의 고모산성에서 발굴됐다. 삼국시대 이전의 목조 건축물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발굴된 이번 자료는 한국 고대 건축사 연구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모산성 서쪽 문 터 주변을 발굴 중인 중원문화재연구원(원장 차용걸 충북대 교수)은 10일 “성의 안쪽에서 상중하 3층으로 이뤄진 지하식 목조 건축 구조물을 발굴했으며 함께 출토된 토기로 보아 5세기 전반 신라 때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건축물의 직사각형 평면은 가로 세로 12.3×6.6∼6.9m이고 밑바닥에서 상층까지의 높이는 4.5m(하층 1.4m, 중층 1m, 상층 2.1m). 땅을 파고 내려간 뒤 수직의 기둥과 수평의 들보를 교차시키고 벽체에도 나무판을 대면서 지하 구조물을 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선 배 모양과 여물통 모양의 목기, 도르래로 보이는 목기, 측량 도구로 보이는 A자 모양의 목기 등도 함께 출토됐다. 발굴단은 이들 유물을 관찰해 볼 때 이 목조 구조물이 무언가를 보관하는 저장 창고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차 원장은 “삼국시대의 지하 목조 구조물은 충남 공주 공산성, 부여 궁남지 등 일부 백제 유적에서만 발견됐고 신라 것이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5세기 중반 이전으로 연대도 백제 것보다 앞서는데다 규모도 최대이고 보존 상태도 거의 완벽해 삼국시대 목조 건축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지하 건축물 바로 옆에선 7세기 초 축조된 사각형의 저수지(8.5∼8.7×9.0∼9.5m, 깊이 2.2m)와 청동 그릇, 청동 장식품 등이 확인됐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