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어제 경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8월 19일 투표를 실시하고 20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공식 대통령 후보를 발표할 때까지 70일이 남았다. 두 사람은 그 때까지 당원과 국민에게 자신이 왜 대통령이 되려 하는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지 비전과 리더십을 보여 줘야 한다. 이른바 범여권에서는 아직도 유력 후보라 할 만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한나라당 경선이 곧 본선이 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어 두 사람의 어깨는 그만큼 더 무거울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후보 등록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이 후보는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고, 박 후보는 “5년 안에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국민에겐 이런 다짐보다도 ‘아, 이제는 누구도 뛰쳐나가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앞섰을 것 같다. 그동안 두 사람이 너무나 격하게 맞섰고, 그 과정에서 갈등과 잡음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05년 신설된 공직선거법 57조 2항에 따라 경선 후보로 등록했기 때문에 결과에 불복해 독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남은 것은 페어플레이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리는 일뿐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후보 등록 첫날부터 네거티브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 캠프 대변인은 공개적으로 박 후보 측이 현 집권세력과 짜고 ‘이명박 죽이기 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연계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 측은 문제의 본질이 의혹의 핵심에 대한 검증인데 자꾸 주변적인 해명만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두 캠프가 내는 충돌음을 듣다 보면 경선이 제대로 치러질지 여전히 의문스럽다. ‘등록’이란 족쇄만 채워 놓았을 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 않아도 현직 대통령은 선거법을 무시하고, 전직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이런 판에 두 유력 주자의 경선이 ‘너 죽고 나 살기’ 식이 된다면 국민적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의 끝은 공멸(共滅)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