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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동욱]3주째 ‘국민과의 소통’ 외면하는 경찰청장

입력 | 2007-06-12 02:59:00


“11일 정례 브리핑은 없습니다.”

경찰청 홍보실이 8일 기자실에 일방적으로 통보해 온 내용이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정례 언론 브리핑은 청장 등 고위 간부들이 기자들을 만나 자유롭게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질문을 받는 자리다. 하지만 벌써 3주째 정례 브리핑이 취소됐다.

경찰은 지난달 28일과 이달 4일 정례 브리핑을 취소한 데 대해 기자들이 항의하자 이번 정례 브리핑 취소에 대해서는 절차도 갖추고 핑계거리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당일 취소 통보 대신 3일 전에 취소 통보를 했다. 이번 월요일에는 일일회의를 비롯해 국가정보원 감사단 접견, 학교폭력 근절 및 청소년 선도 다짐대회, 경찰야구단 격려 등 공식행사도 유난히 많이 몰렸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이택순 경찰청장이 3주째나 정례 브리핑을 거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출장 등 불가피한 사유로 참석하지 못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연속적으로 거른 것은 전례가 없다. 본인이 참석하기 어려울 때는 차장이 대신 브리핑을 주재해 기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경찰청 홍보실은 “한화그룹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 청장의 발언이 행여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리핑을 하면 기자들이 난처한 질문을 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자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싶은 이 청장의 곤혹스러운 마음은 개인적으로 이해가 된다. 민감한 상황에서 자신의 발언이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 청장의 걱정도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브리핑은 기관장이 마음 내킬 때만 하는 ‘가벼운’ 행사가 아니다. 브리핑은 비록 언론이 스스로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지만 국민의 입과 귀를 대신해 권력기관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묻고 듣는 자리다.

정부가 발표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 실행돼 기자실이 없어지면 권력자들은 더욱 기자들과의 만남을 피하고자 하는 유혹이 커질 것이다. 이 청장처럼 국민과 권력기관 간에 최소한의 접점이 될 브리핑마저 기관장 마음대로 취소하는 관행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도 있다.

국민을 위해 취재시스템을 선진화한다는 청와대와 국정홍보처는 이 청장의 이런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동욱 사회부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