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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제28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사면초가(四面楚歌)

입력 | 2007-06-12 02:59:00


지난해까지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단 세 번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1998년 20회 때 김찬우(현 프로 4단)가 처음 우승 물꼬를 텄으며 이듬해 유재성(현 프로 3단)이 연속 정상에 올라 오랫동안 우승과 연이 닿지 않았던 한을 풀었다. 그러고 나서 4년 뒤인 2004년에 이강욱(현 프로 2단)이 한 번 더 우승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중국(15회 우승)과 일본(8회 우승)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우중앙과 우하귀의 흑대마가 시달리고 있다. 백은 “둘 중의 하나!”를 외친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는 한 마리도 잡기 어렵다는 속담이 있지만 바둑에서는 그렇지 않다. 설령 둘 다 놓치더라도 아쉬울 것이 없다. 공격의 목적은 살생보다는 그로 인해 얻을 전리품에 있기에.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듯 고수의 대마는 좀처럼 죽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살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생마가 떠 있으면 마음대로 작전을 펼칠 수 없게 된다. 마치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한 축구 경기와 같다고 할까.

백 ○에 들여다보자 흑의 응수가 난감하다. 순순히 잇다가는 앉은 채 죽는다. 흑 85가 맥점이다. 가까스로 흑 89까지 버텼다. 그러자 백은 90으로 아래쪽 대마를 겨냥하는 듯하더니 다시 92로 비수를 들이댄다. 코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좌우 훅을 연타당하는 권투선수의 심정이 이럴까. 오직 이 위기를 벗어나야겠다는 일념뿐일까.

백 92의 포위망을 어떻게 뚫을까 궁금한 장면에서 흑은 93 이하 103까지 얼추 모양을 잡았다. 그러나 이 사이 백 96을 불러 이번에는 104로 아래쪽 대마가 다시 풍전등화의 처지에 몰렸다. 산 넘어 산,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따로 없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