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공연을 그린 ‘아박정재’. 두 여인이 상아로 만들어진 ‘아박’을 들고 춤을 추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 김명준 연구원
‘고려음악은 진정한 월드뮤직이다.’
김명준 단국대 아시아아메리카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최근 ‘중세 동서 시가류의 비교 연구’라는 주제로 열린 이 연구소의 정기학술대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고려 궁중음악의 외래적 점유’라는 논문을 통해 고려인들은 궁중이건 일반 저잣거리건 신분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음악에 해외 음악의 요소를 폭넓게 받아들이고 이를 체화시켰기 때문에 월드뮤직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의 5대 정재(궁중춤) 중 하나인 ‘연화대(蓮花臺)’가 대표적인 예. 김 연구원에 따르면 ‘연화대’는 중국 북위의 자지무(자枝舞)를 가리키는데 이 춤은 원래 서역국인 소륵국(石國)에서 유래했다.
또한 임금이 행차할 때 고취악으로 고창기(高昌伎), 안국기(安國伎) 같은 음악이 연주됐는데 이들 음악은 ‘고창’ ‘안국’ ‘천축’ 등 서역 국가 이름을 딴 것이다. 또 당시 고려에서 구할 수 없던 코끼리 엄니로 만든 ‘아박’이라는 악기도 사용됐다.
김 연구원은 “고려의 궁중음악 중 아악(雅樂)과 당악(唐樂)은 각각 송나라, 당나라에서 전래된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흡수된 서역 및 중국 음악은 민간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청산별곡’에 서역 악기인 ‘해금’이 등장하는 것을 주목했다. 민간음악으로 분류되는 ‘청산별곡’에 서역 악기를 연주하는 내용이 들어갈 만큼 서역 음악이 민간에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