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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야구의 무게’ 깨친 양준혁

입력 | 2007-06-12 02:59:00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포수로 꼽히는 뉴욕 양키스의 요기 베라(82)는 이런 말을 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300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뉴욕 메츠의 왼손 투수 톰 글래빈(41·295승)은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고 했다.

‘불사조’ 박철순(51·전 OB)은 “인생은 많은 시련과 실패를 거듭할수록 성공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일본프로야구 최다 안타 기록(3085개)을 보유하고 있는 장훈(67) 씨는 “타격은 여자의 마음과 같다. 오늘 잘 맞다가 내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에서 언급한 인물은 야구계에서 모두 ‘레전드(전설)’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말은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꿈과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있다.

야구계 전설들의 명언을 소개한 것은 지난주 프로야구 최초로 2000안타 고지에 오른 양준혁(38)의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대기록을 세우기 전 대구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곤 깜짝 놀랐다. 한마디 한마디에서 ‘대가(大家)’의 기운이 뚝뚝 묻어났다. 그와 알고 지낸 지 몇 년이 되지만 분명 한 계단 올라섰다는 느낌이었다.

“야구 선수에겐 내일이 없다. 링에 올라온 권투 선수처럼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쓰러져야 한다.” “만족하는 순간 끝이다.” “열심히 뛰지 않는 것은 야구에 대한, 신에 대한 모독이다.” 그가 입을 뗄 때마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미리 준비라도 한 것 같다”고 하자 “15년째 뛰다 보니 어느새 나만의 야구 철학이 생긴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면 야구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김응룡(66) 삼성 사장, 김성근(65) SK 감독, 요미우리 이승엽(31) 등은 대화에서 막힘이 없다. 때로는 농담처럼, 때론 진지하게 촌철살인의 말을 던진다.

이승엽의 모토인 “진정한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널리 알려진 말 중 하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만난 알렉스 로드리게스(32·뉴욕 양키스)도, 스즈키 이치로(34·시애틀)도 입만 열면 그게 바로 훌륭한 기삿거리였다.

양준혁 스스로는 “나는 전설도 아니고 그냥 현역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의 말도 명언집에 실려 후세에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