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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경제]창업한 게 직장 생활보다 이익이었을까

입력 | 2007-06-13 03:01:00


■ 사례

재준(30) 씨는 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베이커리 숍으로 출근한다. 전날 늦게까지 빵 쿠키 케이크를 만드느라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최고의 파티시에(케이크나 빵 등을 만드는 전문가)를 꿈꾸기에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견습생으로 일하면서 어깨 너머로 기술을 배우고, 밤에는 전문학원을 다니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이제는 자격증도 취득해 정식 파티시에가 됐다.

재준 씨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의 제과점을 개업하기로 결심했다. 제과점의 이름은 ‘레인보우 케이크 숍’으로 정했다.

며칠을 돌아다니며 어렵게 구한 가게. 그다지 넓지 않았지만 오랜 꿈이 실현된다니 정말 기뻤다. 임차료, 인테리어 등 개업을 위한 비용과 1년간 운영 경비는 대략 1억 원.

‘만만치 않네. 이번 달이 만기인 5000만 원짜리 적금을 찾고, 집을 담보로 5000만 원을 빌리면 되겠네. 담보대출 이자율이 연 6%라고 했으니까 1년 이자는 300만 원(5000만 원×6%)….’

숙련 파티시에로서 재준 씨의 연봉은 3000만 원 정도다. 이 돈을 포기하면서까지 가게를 내기로 한 자신의 결정에 스스로 대견스러워했다. 하지만 막상 창업을 위한 준비를 하려고 보니 여러 종류의 계약, 세금 관련 업무, 보험 가입 등 어지러울 정도로 일이 많았다.

‘직장에 다닐 때는 이런저런 걱정 없이 월급만 꼬박꼬박 받았는데…. 가게를 열려니 왜 이렇게 할 게 많은 거야….’

‘레인보우 케이크 숍’을 개업하던 날엔 직접 다양한 개업 이벤트를 진행했고, 개업을 알리는 전단지도 가족과 함께 돌렸다.

그렇게 1년간 가게를 운영하면서 사업 수완도 조금씩 늘었다. 단골을 끌기 위해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고, 가게를 찾은 손님에게 항상 덤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손님들에게서 자신이 만든 빵과 케이크에 대한 의견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열심히 들었다. 이런 정성과 노력 덕분인지 차츰 손님이 늘고 매출도 증가했다.

개업 1주년이 되는 날. 재준 씨는 개업 1주년 기념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문득 그동안 사업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따져 보고 싶었다.

‘창업한 게 직장 생활보다 얼마나 이익이었을까.’

■ 해설

재준 씨가 창업을 통해 얻는 이익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경제학에서는 각종 경제활동으로 얻은 최종 이익을이윤(profit) 이라고 하며,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나머지로 계산한다.

총수입은 일정 기간 상품을 팔아서 얻은 총매출로, 매출 전표를 모두 합산하면 구할 수 있다.

총비용은 같은 기간 상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모든 비용이다. 하지만 총비용은 총수입만큼 간단하지 않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총비용은 기회비용의 개념으로 파악하는데, 기회비용이란 어떤 것을 얻기 위해 포기한 기회의 가치로 표시한다.

총비용을 계산하려면 실제로 지출이 일어난 비용과 그렇지 않은 비용으로 나눠 따져야 한다. 현금이 나가는 생산 비용을 명시적(explicit) 비용, 현금 지출이 없는 생산 비용을 암묵적(implicit) 비용이라고 부른다.

재준 씨의 사례에서 개업 경비 1억 원, 대출금에 대한 1년간의 이자 300만 원은 실제로 지출이 일어난 명시적 비용이다. 만일 재준 씨가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1억300만 원의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포기하고 창업에 사용했기에 이를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적금 5000만 원(경제학에서는 이런 돈을 자기자본이라고 한다)을 1년간 은행에 예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이자 300만 원과 자신의 연봉 3000만 원은 실제 지출이 이루어진 비용이 아닌 암묵적 비용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재준 씨가 개업을 위해 포기한 3300만 원의 암묵적 비용도 당연히 기회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총비용을 계산할 때 흔히 범하는 실수가 명시적 비용만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에서는 암묵적 비용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이제 재준 씨가 지불한 총비용을 계산하면 1억3600만 원이 된다.

만일 총수입이 그 이상이면 개업을 통해 이익을 본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손해를 본 것이다. 물론 1년간 손해를 보았다고 해서 바로 문을 닫을 필요는 없다. 앞으로 사업 전망이 밝다면 당연히 사업을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이뤄 나가야 할 것이다.

박 형 준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경제교육 전공

정리=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