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90 3.2’ 모델(사진)은 우직함이 느껴졌다.
튼튼하면서 언제까지나 주인의 지시를 잘 따르고, 아주 빠르지는 않아도 최선을 다해 달려주는 믿음직함이라고나 할까.
최근 국내에 소개된 XC90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은 이전 모델과 비교할 때 전체적인 디자인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전조등과 후미등이 세련되게 변했고 곳곳에 반짝이는 금속재질이 들어가 산뜻한 분위기를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인테리어는 비교적 수수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이다. 볼보는 화려한 느낌 대신 절제되고 간결한 미(美)를 내세우는 브랜드다.
XC90 역시 시선이 빨려드는 듯한 인테리어 디자인은 아니지만 볼수록 친근하고 질리지 않으면서 품격이 느껴지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도 없는 것은 아니다.
실내는 무척 넓다. 차체 길이는 4798mm로 중형 승용차 정도지만 더 크게 느껴진다. 성인 5명이 불편하지 않게 타고 뒤쪽 화물칸에는 자전거 2대를 실을 수 있다. 뒷 시트를 접으면 대형 냉장고도 실을 듯하다.
넓은 실내공간은 다인오디오 시스템이 제공하는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음악으로 채울 수도 있다. 볼보의 오디오시스템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엔진은 직렬 6기통 3192cc로 최고출력은 238마력. 6단 자동변속기에 항시 4륜 구동방식을 갖췄다.
엔진음은 또 하나의 음악이다. 신경질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히 저음으로 깔리는 XC90의 엔진음은 가속할 때마다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9.5초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에는 중간급이며 최고속도는 시속 210km로 제한된다.
핸들링은 약간 스포티하게 세팅돼 있어서 SUV 특유의 출렁거림이 적다. 그렇다고 승차감이 떨어지지는 않아서 승용차를 타는 감각이다.
연료소비효율은 제원상 L당 8.6km인데 실제 주행에서는 6∼7km였다. 배기량과 2t에 이르는 차체 무게를 감안하면 연비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SUV가 승용차에 비해서는 대식가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전복방지 시스템(RSC:Roll Stability Control)과 미끄럼방지 시스템(DSTC:Dynamic Stability Traction Control) 등 첨단 안전장치를 탑재한 점도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XC90 3.2는 실용성이 뛰어난 도시형 SUV로 가족과 나들이를 하거나 큰 짐을 옮기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비포장길과 눈길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볼보는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가격은 7200만 원이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