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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Travel]현장에서/기아차, 유럽서 상승세 이어가려면…

입력 | 2007-06-14 03:08:00


“‘씨드’가 나를 살렸다.”

3월 독일 뭔헨 인근 란츠푸트시(市)에서 만난 기아차 딜러 요한 돈 씨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6년 기아차 딜러를 시작한 그는 이듬해 기아차의 부도로 지독한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도 붉은색 글자로 써진 기아차 간판을 내리지 않았다.

2002년 ‘쏘렌토’에 이어 올해 초 선보인 ‘씨드’가 유럽에서 인기를 끌면서 그는 삼켜 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왠지 기아차를 버릴 수 없었다. 씨드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오랜 기다림이 빛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준중형 해치백 모델 씨드는 유럽에서 1월부터 5월까지 5만 대가 출고됐다. 슬로바키아 공장의 생산가동률은 95%를 넘어섰다.

5월 말 현재 기아차의 수출은 작년보다 3.6% 증가했다. 내수도 5.1% 늘었다.

씨드의 성공과 함께 부진의 늪에 빠졌던 기아차에 대해 ‘이제는 바닥을 찍었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해외에서 잇따라 좋은 평가도 나오고 있다.

품질 조사기관인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기아차는 전체 순위가 작년보다 12계단 오른 12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기아차가 정말 바닥을 찍고 올라서고 있는지는 ‘형님’ 업체인 현대자동차와의 차별화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비슷한 차종을 내놔서는 시장에서 출혈 경쟁만 거듭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씨드와 같은 플랫폼(차체 뼈대)을 쓰는 현대차 ‘i30’이 이르면 이달 말 유럽에 선보인다. 씨드의 판매가 탄력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i30이 출시되면 씨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기아차 법인장을 지낸 박모 씨는 “기아차가 현대차에 인수되면서 특유의 창의성과 유연한 조직문화를 잃어버렸는데 이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아차에서 디자인을 담당하다 GM으로 자리를 옮긴 김영선(44) 씨도 “기아차만의 혁신적 디자인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아차가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 가려면 현대차와 얼마나 차별적인 디자인과 성능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경영진과 노조, 연구원, 마케팅 직원들이 똘똘 뭉친다면 1980년대 초 기아차를 위기에서 구해낸 ‘봉고 신화’는 재현될 것이다.

이종식 경제부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