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Car&Travel]점잖은 뉴 528i 가격파괴 공세

입력 | 2007-06-14 03:08:00

BMW 뉴528i는 가격과 다이내믹한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세련된 인테리어, 조이스틱처럼 생긴 새로운 변속기로 차의 가치를 높여 준다. 사진 제공 BMW코리아


BMW는 지난달 22일 뉴528i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이전 모델인 525i는 8650만 원이었지만 528i는 1900만 원 인하된 6750만 원이다. 판매가 시작된 지 23일 만인 13일 현재 500여 대가 팔렸다.

BMW가 공격적으로 가격을 낮춘 것은 2002년 이후 성장세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데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자동차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2002년 5101대를 판매한 BMW는 지난해 6101대로 4년간 19.6% 성장하는 데 그쳐 수입차 업체 중 가장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벤츠, 아우디, 렉서스, 폴크스바겐 등은 같은 기간 100∼300% 판매가 늘었다. 가격 인하의 여파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타사 모델들은 판매가 줄어들면서 BMW 528i가 수입차 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재]Car & Travel

- 감성터치,시트가 감싸온다

- 지붕에 파노라마 선루프…이 차 물건이네!

- 절제되고 간결한 美…낮게 깔리는 엔진음 상쾌

- 기아차, 유럽서 상승세 이어가려면…

- 더 강해진 터보, 그들이 몰려온다

- “달리면 길이 된다”…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 짙푸른 동해바다…멋쟁이 푸조 ‘우아한 질주’○ 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높이고

528i는 이전 모델인 525i에 비해 몇 가지 편의장비가 빠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콤팩트디스크(CD) 체인저와 자동정속주행장치인 크루즈컨트롤이다.

국내에서 사용빈도가 낮은 크루즈컨트롤은 없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CD체인저는 운전자들이 조금 불편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996cc 직렬 6기통 엔진의 출력이 218마력에서 231마력으로 올라갔다. 변속기의 성능도 크게 개선됐다. 변속속도가 기존 변속기에 비해 40% 정도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동력 전달 성능도 올라가 연료소비효율이 6.5% 높아졌다. 525i의 공인 연료소비효율은 L당 9.2km였지만 528i는 9.4km다.

실제로 서울 시내 주행 연료소비효율은 L당 7km대였고 고속도로 주행을 30% 정도 포함하면 8.7km까지 나왔다. 고속도로에서 규정 속도로 정속 주행하면 연료소비효율은 L당 13km까지 높아졌다.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7.4초였으며 실제 측정에서는 7.8초 만에 도달했다.

승차감도 개선돼 이전 모델과 핸들링 성능은 같으면서 노면 충격은 줄어들었다. 서스펜션(현가장치)은 같지만 개선된 런플랫(펑크방지용) 타이어가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BMW 측은 밝혔다.

○ 가격 비교의 새 기준을 제시

528i는 경쟁모델들보다 1000만 원 이상 낮아졌다. 특히 한 단계 하위 모델들과 가격이 거의 비슷해져 가격비교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관세 등 국내 세금을 감안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같은 모델의 가격보다 10% 정도 비싼 수준이다. BMW의 다른 모델이나 다른 업체 차종들은 30%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BMW 5시리즈보다 한 급 아래인 렉서스 ES350은 6520만 원이고 동급인 GS350은 7310만 원이다. ES350에 200만 원만 더 보태면 상위모델인 528i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528i와 동급으로 인정받는 벤츠 E280은 8890만 원으로 무려 2140만 원이 비싸다. E280의 편의장비가 조금 더 많은 점을 감안해도 1500만 원 이상 가격 차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 경쟁업체들은 528i가 자신들의 자동차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BMW의 차종 내에서도 가격충돌이 발생했다. 328i는 6390만 원으로 상위등급인 528i와 360만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BMW가 어떻게 자사 모델의 가격모순을 해결해 나갈지도 관심거리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가격주도권 확보로 연간 1만대 판매 도전”▼

5시리즈의 가격 인하로 고급 자동차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진 김효준(50·사진) BMW코리아 사장은 자신감에 넘쳤다.

지난 1년간 독일을 수차례 방문하며 본사를 설득해 결국 기대 이상으로 가격 인하를 성사시킨 그의 저력에 대해 사내는 물론 다른 수입차 업체 대표들도 놀라고 있다.

그에게 BMW의 전략과 자동차 시장 전망에 대해 물어봤다.

―왜 5시리즈 가격을 크게 낮췄나.

“BMW코리아가 선(善)순환 구조에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수입차에 거품이 많다는 지적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누적판매대수가 4만5000대에 이르기 때문에 투자비가 어느 정도 회수됐고 딜러들의 애프터서비스와 할부금융 부문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이제는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죠.”

―다른 차종들의 가격도 낮출 것인가.

“앞으로 나올 차량도 외형적인 판매 규모를 감안해서 가격을 결정하겠지만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어 나갈 것은 분명합니다. 보다 더 큰 소비자의 효용을 위해서 가격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정비, 브랜드 가치 향상 등도 함께 이뤄질 것입니다.”

―서비스와 정비는 어떻게 개선되나.

“BMW코리아에는 경쟁업체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24명의 기능장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독일 연수도 많이 보내고 있고요. 부품가격 인하도 주도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지금까지 수입차 시장 변화에 앞장서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BMW의 외형적인 성장은 어떻게 예상하나.

“지난해 6101대를 판매했고 미니 브랜드를 합치면 6800대에 이릅니다. 올해 5시리즈를 시작으로 앞으로 새로 나올 모델들의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연간 1만 대 판매가 가시권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 이상은 한국의 경제성장과 수입차에 대한 인식 변화에 달려 있겠지요.”

―적절한 수입차 시장 규모는….

“적절한 시장 규모는 경제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숫자로 나타내기는 힘들지만 수입차 시장규모는 10% 정도는 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현재의 내수시장 규모로 보면 연간 10만 대 수준입니다. 참고로 한국은 매년 300만 대 이상을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SK네트웍스의 수입차 시장 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적절한 경쟁은 긍정적으로 보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이 전제돼야 합니다. 공식업체들이 정당한 방법과 노력으로 자동차를 들여오는 동안 병행수입업체들은 무임 승차해 온 면이 없지 않습니다. ”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