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어 내자니 걱정되고 지고 가자니 부담스럽고….’
GM대우와 르노삼성자동차, 삼성테스코 등 국내 기업을 인수한 외국 기업들이 독자 브랜드로 홀로 서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이들 회사가 진출할 당시에는 외국 기업에 대한 배타적 국민정서와 직원들의 동요, 마케팅 효과 등을 이유로 기존 브랜드를 살려 회사 명칭을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마인드가 일반화되고 독자 브랜드로 한국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독립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 GM대우 독립은 시간문제
GM대우의 움직임이 가장 적극적이다.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은 GM대우라는 회사명을 써 왔는데 2005년부터 사내에서 “대우를 떼어 내고 그냥 GM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사명(社名)을 GM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사내외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최종 단계에서 일부 임원의 반대로 계획이 연기됐다.
현재 한국에서 생산된 GM대우 차종들은 외국에서 GM 산하의 시보레나 뷰익, 홀덴, 스즈키 등의 브랜드로 팔리고 있다.
GM대우 관계자는 “이미 GM대우의 차량을 구입한 운전자 중 상당수가 GM대우 로고를 떼어 내고 시보레 로고로 바꾸고 있다”며 “2, 3년 내에 회사명을 바꾸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삼성’ 브랜드의 사용 계약이 만료되는 2010년에 재계약을 해야 한다.
르노는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면서 삼성 브랜드를 10년간 사용하는 대신 매출액의 0.8%를 로열티로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지난해엔 판매 차량 한 대에 평균 14만 원씩 모두 166억6000여만 원을 삼성 측에 지급했다.
르노삼성의 SM3는 닛산 브랜드로 수출되고 있으며 올해 말부터 판매되는 ‘H45’는 르노 브랜드로 유럽에 수출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 한국에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 차례 더 계약을 연장한 뒤 독자 브랜드로 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 유통업계도 독립 고려 중
대형 할인점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가 삼성 브랜드와 결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테스코는 삼성물산의 유통부문과 영국의 테스코가 손을 잡고 1999년 설립됐다.
삼성테스코가 운영하는 ‘홈플러스’는 이마트에 이어 국내 2위로 자리 잡아 삼성테스코의 브랜드 혼용 전략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테스코는 그 대가로 홈플러스 매장을 1개 늘릴 때마다 삼성물산에 약 4억 원의 로열티를 내고 있다.
출발 당시 삼성과 테스코의 지분은 50 대 50이었으나 테스코가 꾸준히 증자를 하면서 테스코의 지분은 현재 89%까지 늘었다. 삼성물산은 현재 11%인 지분을 5∼6%까지 낮출 예정이다.
삼성테스코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브랜드 인지도가 이미 상당히 높아졌기 때문에 굳이 삼성이란 브랜드를 계속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지금 삼성을 떼어 내도 매출엔 거의 영향이 없을 거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