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르면 이달 안에 350명 안팎의 사무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2년 이상 한곳에서 일한 비(非)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조항을 담은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것에 맞춰 내려진 결정이다.
13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11일 회사 측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공식 요청해 옴에 따라 노사 양측은 현재 전환 범위와 시기 등을 놓고 실무협의를 벌이고 있다.
정규직 전환 대상에 오른 직원은 2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350명가량의 사무계약직이다. 구내식당 직원 등 용역직은 포함되지 않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초에는 법안이 실제 적용되는 2009년 7월부터 정규직 전환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노사 간 신뢰를 쌓기 위해 당장 시행하기로 했다”며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사무계약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사무직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 그 직군에 해당하는 임금과 처우 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이는 우리은행이 올해 초 실시한 직무급제를 기반으로 한 정규직 전환 방식과 비슷한 방법이다. 우리은행은 3월 금융업계 최초로 비정규직 직원 3076명을 별도 직군에 배치하는 형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성사시켰다.
LG텔레콤도 2월 이동통신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직영 대리점 비정규직 판매원 가운데 2년 이상 근무했고 일정 수준의 영업실적을 거둔 직원 150여 명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였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시행 2년 뒤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2009년 7월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현대차 등 일부 기업이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정규직 전환을 서두르면서 정규직 전환을 준비 중인 다른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 이마트는 매장 계산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 수납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법안이 적용되기까지는 2년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을 차근차근 검토하고 있다”며 “현대차 등 다른 기업들이 노사협의를 통해 조기에 정규직 전환을 단행할 경우 정규직 전환을 앞당기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