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오늘도 ‘뉴스 만들기’에 성공했다. 당선자 시절 가장 먼저 방문해 ‘당선사례’를 했던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다. 대통령과 총리는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중요한 뉴스 메이커이다. 언론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대통령이나 총리가 언론에 등장하지 않는 날은 드물다. 그들의 말과 행동이 국가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기 말 대통령의 말이 이렇게 자주 큰 뉴스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언론을 자신에게 우호적이냐 비판적이냐를 기준으로 편을 갈라 놓고 각각 ‘당근’과 ‘채찍’으로 대응했다. 청와대 인터뷰는 대통령이 우군(友軍) 언론에 주는 대표적인 당근이었다.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는 국민과 간접적으로 대화하는 기회다. 좀 더 많은 국민과 소통하려면 독자가 많은 신문과 인터뷰하는 게 상식인데도 그는 정반대로 나갔다. 지난 4년 동안 동아 조선과는 단 한 차례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 때면 자주 예정시간을 넘기며 말을 쏟아 낸다. 한겨레와의 인터뷰도 예정보다 1시간 정도 길어졌다. 발언 분량이 보통 중편소설 1편쯤 된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인 듯하다. 원고 작성에 쏟는 그의 노력은 대단하다. 직접 쓰기도 할뿐더러 내용이 마음에 들 때까지 수없이 고친다.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연설 때도 대통령은 “(원고를) 며칠을 쓰고, 어젯밤 12시까지 쓰고, 조금 전인 12시 10분까지 썼다”고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의 인터뷰나 연설에는 ‘보따리 정치’ ‘깽판’ ‘그놈의 헌법’ 같은 절제되지 않은 표현과 막말들이 자주 나온다. 오죽하면 시인 고은 씨는 “노 대통령의 언어는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했을까. 노 대통령의 말은 논란의 시작이고, 갈등의 출발점이다.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한 여권 인사는 사석에서 “대통령의 말은 마지막 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최종 판단의 의미를 띠므로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 대통령이 새삼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