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는 마니아가 많은 모델로 유명하지만 안티(반대) 세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필자도 사실 그중 한 명이었다. 외모는 깜찍하지만 생각보다는 가속성능이 밋밋해 남성적 취향에 안 맞았다. 또 엔진음이 거칠고 운전대 조작이 빡빡할 뿐만 아니라 승차감도 나빠서 조금만 운전해도 쉽게 피로했다.
그러나 BMW가 심혈을 기울여 다듬은 ‘뉴 미니쿠퍼S’(사진)는 달랐다.
뉴 미니쿠퍼S는 기존 미니의 성능과 편의성을 크게 개선한 모델이다. 미니쿠퍼S에 1600cc 터보 엔진을 새로 얹었다.
경차 마티즈보다 한 뼘 정도(20cm)밖에 길지 않은 소형차가 터보 힘을 받아 175마력을 뿜어낸다. 그랜저 Q240(164마력)보다도 힘이 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이르는 시간도 7초로 웬만한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몸집이 작아 체감 속도는 이보다 훨씬 더 빠르다.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자 강렬한 ‘그르렁’ 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튀어 나갔다. 시속 180∼190km까지 거침없이 달렸다. 토크(바퀴 회전력)의 펀치력이 몸집에 비해 너무 세 운전대를 꼭 잡지 않으면 차가 엉뚱한 방향으로 튈 듯했다. 곡예 하듯 차량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추월하는 ‘칼질 운전’의 충동이 꿈틀거렸다.
운전의 재미도 한 층 더해졌다. 차체가 낮은 데다 언덕길 운전을 돕는 주행안전시스템(DSC)까지 갖춰져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 이르는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미끄러짐 없이 민첩하게 내달렸다.
하지만 여전히 고속 주행 시 바람 소리가 거셌다. 선루프 덮개가 반투명이어서 한낮에는 햇빛이 투과돼 불편했다. 거친 노면에서는 소음과 흔들림이 커 승차감이 급격히 나빠졌다.
또 뒷자리를 접어야 골프백을 겨우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수납공간이 좁다.
하지만 이 ‘작은 거인’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에겐 불편함은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운전하는 재미와 사랑스러운 디자인이 단점을 충분히 보완한다. 이 때문에 심미(審美)적 만족감을 중시하는 여성 고객이 전체의 40%에 달한다.
가격은 3790만 원으로 구형보다 80만 원 올랐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