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
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 시집 ‘가난한 이름에게’(미래사) 중에서》
흰 새가 푸른 물에 제 얼굴을 비추며 난다. 달님이 우물거울에 귀밑머리 고르며 간다. 흰 새는 더욱 희고, 달님은 더욱 누르다. 사랑이란 그의 거울에 내 영혼을 비추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의 영혼이 비치는 거울인 적이 있는가. 누군가의 가슴 북을 둥둥 울려 본 적이 있는가. 가슴 속에 그리운 이름 하나 간직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세상 숲이 우거져도 사막이 아닌가. 사랑이란 부치지 않아도 도달하는 편지를 수없이 쓰고 지우는 것이다.
- 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