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떠나면 세상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민병윤 씨의 여름 휴가는 자전거를 메고 비행기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파키스탄 훈자밸리로 가는 실크로드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 민병윤 씨
중국어를 익히면서 중국 여행에 재미를 붙인 김형석 씨(왼쪽)가 가이드로 고용한 택시기사와 압록강변에서 찍은 기념 사진. 사진 제공 김형석 씨
김선희 씨가 지인들에게 제공한 상하이 여행 계획서와 지도. 사진 제공 김선희 씨
▼올여름 휴가 계획 아직 못세웠다고요?
그럼 고수들 따라해 보세요▼
《누구나 이맘때쯤이면 여름휴가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런데 휴가를 위한 준비는 얼마나 하고 있는지요.
아무런 계획도, 준비도 안 한다면 그건 휴가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겁니다.
휴가 계획을 세우면서 미리 휴가를 즐기고, 실속 있고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의 얘기를 모았습니다.
아직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 했다면, 혹 휴가 계획을 세웠더라도 2% 부족하다고 느꼈다면
이들의 휴가 노하우가 도움이 되기 바랍니다.》
○ 가짜 여행 계획으로 두뇌 속이기
“이번에는 미국 횡단 자동차 여행을 떠나볼까?”
김선희(31) 씨는 달력을 넘기면서 여행 가능한 날짜를 탐색한다. 그 다음엔 인터넷과 지도를 들춰가며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사이에 있는 ‘가볼 만한 곳’을 정해 둔다. 그랜드캐니언의 웅장한 계곡과 뉴욕의 세련된 거리를 찾은 자신을 상상하면서….
이어지는 비행기 표와 렌터카 예약. 운이 좋다.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모두 예약 성공. 입고 갈 옷까지 떠올리며 여행가방에 넣을 품목을 챙겼다. 여행 준비 끝.
그러나 김 씨는 실제로 여행을 떠나지는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시도하는 ‘헛 여행 계획 짜기’다. 다행히 두뇌는 자신의 이런 ‘애교’에 속아 넘어가 기분을 푼다. 그만큼 여행 계획 짜기가 주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을 김 씨는 잘 알고 있다.
김 씨는 작년 가을 내내 지인들로부터 점심 대접을 받았다. 탁월한 여행지와 여행 일정을 추천해 준 대가였다.
“최근에는 상하이 여행을 집중적으로 권합니다. 제 책상 서랍에는 상하이 여행을 떠나는 지인들을 위한 저만의 ‘여행 레시피’가 들어 있지요.”
거기에는 자신이 경험한 상하이 뒷골목의 맛집과 저렴하게 피로를 풀 수 있는 마사지업소, 가볼 만한 여행지 등이 빼곡히 적혀 있다.
○ 여행지와 접점이 많은 자전거 여행
“파키스탄 사람들이 낯선 행색을 보고 말을 걸더군요. 동네 골목길에서 이국적인 풍경을 보는 재미도 컸어요.”
민병윤(54) 씨는 거의 매년 해외에서 자전거를 타며 휴가를 보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파키스탄의 훈자밸리. 자전거 동호회 회원 10여 명과 함께 찾았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취미활동을 휴가지로 확장해 휴가의 즐거움을 배가시킨 사례다.
자전거는 바퀴를 분리해 비행기에 실은 뒤 현지에서 조립한다. 자전거 여행 일정은 민박집과 토속 음식으로 채워진다. 현지인과의 소통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해외 자전거 여행의 장점은 1년 내내 다음 여행지에 대해 상상하면서 맛보는 즐거움이 크다는 점. 여행지를 선택하고 현지 여행사를 접촉하고 여행일정을 짜는 일들이 모두 여행의 일부분이 되기 때문이다.
여행지는 주로 오지가 많다. TV 다큐멘터리를 볼 때도 ‘저곳을 자전거로 여행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훈자밸리를 여행할 때는 파키스탄에서 중국으로 자전거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 해발 2000m에서 4700m 높이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른 험난한 여정도 여행의 추억이다.
“휴가 때 떠나는 여행은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준다. 세상 일을 한발짝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 시대에 한 번의 휴가 여행은 내게 크나큰 위안이다.”
○ 숙소를 잡지 않고 떠나는 여행
나홀로 여행을 즐기는 김형석(31) 씨는 2년 전 중국어를 시작했다. 중국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자 간단한 생활 중국어라도 익히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어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중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되면 중국 여행을 더욱 저렴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숙소를 잡지 않고 가장 싼 비행기 표만 끊어서 중국으로 떠난다. 그리고는 하루 1만 원 안팎의 숙박료만 내는 저렴한 숙소를 현지에서 정한다. 우연에서 오는 여행의 재미와 중국어 실력을 키우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다.
관광을 할 때도 중국 내국인을 위한 1일 관광 상품을 주로 이용한다. 중국 각 지방에서 온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중국을 느끼는 것이 김 씨의 여행 방식이다.
올해 휴가는 중국 옌타이(煙臺)의 해변에서 보낼 생각이다. 그동안 중국어 실력이 더 늘었기 때문에 자신 있다.
“진사탄(金沙灘)이라는 해수욕장에 갈 계획입니다. 왕복항공권은 20만 원에 끊어둔 상태고, 숙박비를 합하더라도 총 30만 원이면 될 것 같네요.”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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羌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