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문화부에서 근무하는 윤승주(26) 씨. 올해 3월 입사한 그는 친구들이 있는 서울을 떠나야 해 섭섭했다. 하지만 요즘엔 주말에도 서울에 잘 올라가지 않는다.
등산동호회 활동에다 헬스 및 영어 강좌를 듣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 내 천연 잔디구장에서 진행 중인 부서별 축구경기에 선수로 참가하고 있다. 협력 업체 외국인 친구들과 공연 관람 약속도 잡았다. 당구장과 아이스링크도 서울의 절반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복지 제도는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복지 수준의 한 척도인 주택 보유율은 95%에 이른다. 직원들을 위해 1만6000채의 아파트를 분양해 준 덕분이다. 미혼 직원들을 위해서는 3000개 객실이 있는 6개의 호텔급 기숙사를 마련했다.
교육비 걱정도 없다. 두 자녀에 한해 중고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학비를 전액 지급한다. 지난해까지 지급한 장학금이 모두 4500억 원으로 26만 명의 자녀들이 혜택을 봤다. 올해는 1만6000명에게 500억 원의 장학금이 지원된다.
문화시설도 다양하다. 사내에 7곳의 천연 잔디 축구장과 체육관, 수영장 등이 갖춰져 있다. 인공암벽과 볼링장은 물론 380평 규모의 건강증진센터도 설립했다. 이 밖에도 영화와 공연을 볼 수 있는 대형 문화예술센터 6곳과 8000평 크기의 주말농장도 직원들에게 제공했다.
복지 혜택이 풍성하다 보니 자연히 직원들은 회사를 오래 다닌다. 평균 근속연수가 18.4년으로 대기업 중 포스코와 1, 2위를 다툰다. 부장 직급의 직원들만 1600여 명에 이를 정도다. 이는 전체 직원 2만5000여 명의 6.4%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노사 합의로 정년을 58세에서 59세까지 1년 연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노진율 인력개발부 차장은 “고령 직원들은 해당 분야 최고의 숙련도를 자랑하는 고급인력이다. 이들을 잡지 않으면 경쟁업체나 외국회사에 빼앗길 우려도 있다.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부담은 오히려 적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