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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경제읽기]‘배아픈 이웃’ 獨

입력 | 2007-06-16 03:00:00


《프랑스 파리에서 동쪽으로 출발해 독일 서부지방까지 연결되는 초고속 열차 노선이 10일 개통했다.

자랑거리를 얻은 프랑스 정부는 개통을 전후해 새 노선 선전에

열을 올렸다.

‘속도’를 가장 앞세웠다. 프랑스는 올해 초 이 노선에서 TGV(테제베)를 시험 운행하면서 최고 시속 553km로 달려세계 기록을 갈아 치웠다.

상용 속도를 따져도 이 노선에선 최고 시속 320km로 세계 최고다.

독일 서부지역까지 파리의 일일생활권에 들어왔다.

파리∼프랑크푸르트는 종전 6시간 15분에서 3시간 50분으로, 파리∼슈투트가르트는 6시간에서 3시간 40분으로 운행 시간이 줄어들었다. 》

이번 동부선 개통으로 프랑스는 사통팔달의 고속철 노선을 완성했다. 고속철의 경제적 가치도 새삼 거론된다. 우선은 낭시, 메츠, 랭스 같은 동쪽 도시에서 파리로 출퇴근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선 2015년까지 유럽 전체를 고속철로 묶는 프로젝트에 중요한 디딤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동부선이 프랑스로선 큰 자랑거리지만 이웃 독일은 또다시 가슴을 치고 있다. 고속철 경쟁에서 프랑스에 비해 뒤졌다는 생각 때문이다. 독일도 ICE(이체)라는 고속철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고속철 선진국이다. 그러나 자국 내에서 고속철 속도가 프랑스 내에서의 속도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이 늘 약점이다. 초고속 운행을 가로막는 선로 때문이다.

TGV가 프랑스 내에선 시속 300km를 가볍게 넘기는 반면 ICE는 독일 땅에서 200km를 넘기지 못한다. 이로 인해 고속철의 경제적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높다. 베를린공대의 페터 므니히 교수는 “비행기와의 비교에서 우위를 보이려면 목적지에 3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달성한 프랑스는 국내 여객 수송에서 고속철이 비행기에 앞선다. 반면 독일에선 고속철이 여객 수송의 7%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영향력이 커 주요 도시마다 정차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프랑스는 고속철 선로와 나란히 고속도로를 짓지 않은 반면 독일은 속도 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이 구석구석 미친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런저런 ‘자아비판’이 나오는 걸 보니 ‘기술의 독일’이 이번 동부선 개통으로 또다시 자존심에 상처를 크게 입은 게 분명해 보인다.

금 동 근 파리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