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역사/미셀 포쉐 지음·조재룡 옮김/359쪽·1만3500원·열린터
당신은 행복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 근거는? 어떤 이는 말할 것이다. “돈도 있고, 신체 건강하며, 토끼 같은 자식들에….”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행복의 조건에는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와 함께 행복의 역사를 탐구해 가다 보면 생각이 바뀌게 된다. 행복의 개념은 시대에 따라 변해 왔으며 인간의 사회적 역사적 조건에 따라 얼굴을 바꿔 왔음을 알게 된다.
인류 행복의 발원지는 에덴동산이었지만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따먹는 순간 행복은 변형되기 시작했다. 인간은 에덴에서의 행복을 그리워하며 한편으론 상징과 신화를 통해 에덴으로의 복귀를, 한편으론 에덴이 아닌 이 땅 위에서의 행복을 위해 더불어 사는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리스 시대의 행복은 철학자들이 만들어 낸 공동체(폴리스)에 의해 고안된 창작물이다. “아테네 시민들은 오로지 법을 자신들을 지켜 줄 보호자처럼 따르면서 행복하게 살 것이다”라는 플루타르코스의 말은 법의 지배에 종속된 ‘공동체적 행복론’을 대변한다. 따라서 철학은 신이 내린 혜택이 아니라 철학의 결과물이자 지혜의 과실이 된다.
중세의 행복은 철학자들의 이데아를 현실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을 얻어 내는 것으로 모습을 바꾼다. 철학자들의 자리를 신이 대신하고 사람들은 구원받아야 한다는 사명감 속에서 행복을 꿈꾼다. 신에 의탁한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게 웃을 줄 알았지만 현실적인 삶은 그렇지 못했다.
신을 인간으로 대치한 르네상스 이후 인간은 합리적 이성에 의해 ‘행복의 바벨탑’을 쌓으려 했다. 그러나 이성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했다. 그 결핍을 감성지수가 높은 예술가들이 먼저 느끼기 시작했고 그들은 방황과 탈주를 시도했다. 저자는 르네상스 이후부터 19세기 낭만주의까지를 같은 묶음으로 분류해 낸다.
그렇다면 현대는? 저자는 돈을 숭배하고 구매가 강제화되어 있는, 철저히 상품화되고 파편화된 세상이 됐다고 진단한다. 돈이 목적이 된 세상은 가식적이고 맹목적이다. 돈과 젊음, 건강과 쾌락은 이 시대의 행복 코드가 됐다.
저자는 소비와 자원 고갈의 메커니즘에서 탈출해 행복으로의 개종을 권유한다.
내가 맺는 관계, 나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사물 및 사람과의 관계를 이권이나 돈이 아닌 타인의 인격과 처지를 고려하여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맺을 것을 권고한다. 현대사회에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공간과 자기만의 독서, 자기만의 즐거운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행복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위기에 처한 행복 찾기를 모색하고 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