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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A 해결사’ 러시아 떴다

입력 | 2007-06-16 03:01:00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자금 송금 문제 해결사로 나선 러시아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왼쪽)이 3월 중국 베이징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제 역할을 해줄 줄 알았던 중국은 주저앉았고, 뒤편에 숨어 있을 줄만 알았던 러시아가 문제 해결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동결됐던 2500만 달러가 북한에 반환되는 과정에서 ‘외교 몽니’를 보인 중국과 해결사를 자처한 러시아의 엇갈린 결정이 미국 워싱턴 외교가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3개월간 겉돌던 BDA은행 송금 문제는 독일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성사된 미-러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러시아가 “내가 해결하겠다”고 나서면서 가닥이 잡혔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14일 “미국은 꼬인 실타래를 풀게 해 준 러시아의 결단에 감사의 뜻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마카오→뉴욕→모스크바→러시아 극동지역→평양으로 이어지는 자금의 흐름을 위해 자국 중앙은행과 극동상업은행을 앞세웠다. 물론 “극동상업은행이 개입해도 국제 금융가에서 신용 훼손을 입을 가능성을 미국이 차단해 줘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러시아는 이 과정에서 6자회담 무(無)역할론을 씻는 망외의 수확을 했다. 다른 소식통은 “러시아는 냉전 시절 ‘제국’을 경영하면서 대국 외교를 편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6자회담 정책에 찬성과 반대 의견을 적절히 구사해 왔다”고 전했다. 이번 해결사 역할도 “BDA은행 자금문제 때문에 수개월째 겉도는 상황 극복을 위해 필요하다면 우리가 해 보겠다”고 자원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러시아는 냉전 종식 후 극동아시아에서 잃어버린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6자회담에 참가해 왔으나 별다른 역할이 없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지난해 10·9 핵실험 직전에 중국보다 러시아에 더 상세한 사전설명을 했던 점을 내세워 ‘러시아의 대(對)북한 영향력 증대론’을 펴기도 했다.

반면 6자회담 개최국인 중국은 ‘스타일을 구겼다’는 평가가 많다. 외교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중국은 미국에 대한 불신을 씻지 못해 BDA은행 송금문제 해결 과정에서 협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BDA은행을 2005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한 이후 중국은 ‘국내법 조항’을 앞세워 마카오 금융기관의 문제를 좌지우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베이징은 ‘미국이 (엉성한 합의를 북한에 해 주면서) 꼬이게 만들어 놓고 중국에 처치하라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지난 3개월간 BDA은행 송금문제 해법을 위해 국영 중국은행(BOC)을 통한 송금, 스탠리 아우 BDA은행 회장의 퇴진, BDA은행의 법인청산 등 여러 해법을 제시했으나 중국은 “마카오의 금융정책은 베이징과는 독립적으로 결정된다”는 이유를 앞세워 호응하지 않았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