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일부 언론단체 대표와 가진 토론회는 한마디로 국민의 재산인 전파(電波)만 낭비한 코미디였다. 메이저 신문 공격에 앞장서 온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와 인터넷 매체 사람들을 들러리로 세운 것부터가 대통령의 왜곡된 언론관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신 씨는 “이 자리에는 (기자실 통폐합과 브리핑제 확대 조치가) 언론 탄압이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으니 토론회의 의도와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노 대통령 스스로 “이 정도의 질문 수준이면 이 토론회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을 정도다.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은 “조중동이 여론시장의 70%를 장악한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어떤 일을 했느냐”며 정부의 언론시장에 대한 개입을 옹호하는 질문까지 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신문법 언론중재법 제정 및 개정, 신문유통원 설립 등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받았다. 정부의 언론에 대한 개입이 마이너 언론, 친여(親與) 시민단체들의 이해(利害)와 맞아떨어진 것임을 자인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언론 개혁을 했기 때문에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메이저 신문의 사설과 기사를 통해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식 밖의 둘러대기가 아닐 수 없다.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거나 국기(國基) 및 민생을 흔드는 발언과 정책을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어 사설을 쓸 뿐이다. 우리는 대통령에 관해 긍정적인 사설을 쓸 게 없을지 ‘목말라 할 지경’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이끈 리더십 등을 평가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오연호 인터넷신문협회장이 기사의 품질은 편집국장이 걱정할 일이지 대통령의 소관이 아니라고 지적하자 노 대통령은 수준 낮은 기사 때문에 정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책 실패가 많은 것은 코드에 집착해 시장과 수요자를 무시한 독선, 정책 성패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꿰뚫어보지 못하는 아마추어리즘, 정부의 무능을 자초한 코드 인사(人事) 때문인데도 다시 언론 탓을 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언론 기사가 획일적이고 부정적 경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무원 접촉을 사실상 금지하고 브리핑제에 의존하라는 정부 조치야말로 획일적인 받아쓰기만 하라는 강압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써야만 ‘언론 선진화’라고 생각한다면 독재자가 따로 없다.
노 대통령은 “(여기 나온 분들이)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인정한다면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취재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며 은혜 베풀듯이 말했다. 언론 자유는 권력이 나눠 주는 떡이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