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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畵虎類狗

입력 | 2007-06-18 02:59:00


충동구매라는 것이 있다. 원래 사려던 것을 잊고 남들이 사니까 자기의 분수도 모르고 값비싼 물건을 마구 사는 구매행위가 이에 속한다. 물건도 자신의 격에 맞아야 어울린다. 예쁘게 보이는 사람을 흉내 내어 자신의 얼굴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아름답게 변하려는 노력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자신의 분수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남들의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항상 되돌아보아야 한다. 남의 앞에 나설 만하다고 생각될 때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나설 만한 능력이 부족한데도 나서면 많은 사람의 비웃음의 대상이 된다.

畵虎類狗(화호류구)라는 말이 있다. 畵는 그림이라는 뜻이지만 그림을 그리다라는 동사로 쓰이기도 한다. 名畵는 유명한 그림이고, 肖像畵(초상화)는 모양 그대로 그린 그림이다. 肖는 닮다, 비슷하다라는 뜻이고 像은 모양, 형상이라는 뜻이다. 映畵(영화)는 비추어진 그림이라는 말이다. 映은 비추다 또는 비치다라는 뜻이다. 영화는 스크린에 영상이 비치는 것이므로 이렇게 부른다.

虎는 호랑이라는 뜻이다. 바둑에서 말하는 虎口(호구)는 호랑이의 입라는 말이다. 고수의 바둑돌도 그곳에 들어가면 죽는다. 類는 비슷하다라는 말이다. 種類(종류)는 하나의 종에 속하는 비슷한 무리라는 말이고, 類似(유사)는 비슷하고 비슷하다라는 말이다. 狗는 개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畵虎類狗는 호랑이를 그린다는 것이 개와 비슷하게 되었다는 말이 된다. 자신의 능력은 돌아보지 않고 꿈만 크게 꾸었다가 이루지 못하는 것을 일컫는다. 능력이 적으면 작은 일을, 능력이 많으면 큰일을 해야 한다.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큰일만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큰일을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일을 성실하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