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용 교수의 ‘엄마의 정원’.
“자신을 훌훌 벗어던지고 나니, 그림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네요. 인생도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화가의 행복을 실감합니다.”
20∼26일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1층에서 전시회를 하는 장혜용(59) 청주대 교수의 말이다. 화가로 35년 넘게 활동해 오면서 천경자 이숙자 씨에 이어 여성 작가의 맥을 잇는다는 평을 듣는데도 “이제야 그림이 눈에 보이고,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든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엄마의 정원’ 연작을 소품을 포함해 30여 점 선보인다. 지난해 ‘무릉도원’ 시리즈에서 선보인 이상향을 구체적 현실로 담아낸 것이다. 80호 크기가 6점이고 60호, 50호 작품이 많다.
장 교수는 “뭐니 뭐니 해도 엄마의 품만 한 이상향이 없다”며 “화초를 가꾸는 어머니 등 일상적인 가족의 에피소드를 담아 냈다”고 말했다. 전시작들은 단아하면서도 넉넉하게 다가온다. 사람이나 사물의 간결한 형태와 과감한 화면 분할, 화사하면서도 푸근한 색면이 ‘엄마의 정원’을 이룬다. 작품들은 특정 형태를 띠기보다 민화 같기도, 동화 같기도 하다.
작가는 한국 고유의 오방색을 고집해 왔으나 최근에는 더 자유분방한 색을 구사하고 있다. ‘엄마의 정원’에는 짙푸른 녹색을 바탕으로 점점이 들어선 하양 노랑 보라의 사물들이 교향악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고, 작가들이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분홍으로 바탕을 가득 채운 작품도 있다. 장 교수는 “차별화되고 남다른 것을 이루려는 욕심을 던지고 나니 붓이 그리고 싶은 것들을 저절로 그려 내더라”며 “내가 아름다운 동화 속에 들어간 것 같아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말했다.
23일 오전 11시 반 ‘엄마의 정원’을 주제로 김동수 경원대 교수가 작곡한 국악 연주회도 열린다. 02-736-1020
허엽 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