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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초라한 ‘관광 서울’…대책 마련 비상

입력 | 2007-06-18 02:59:00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빨간 불’이 켜졌다. 현재 연간 600만 명 수준인 외국인 관광객 수를 2010년까지 연간 1000만∼1200만 명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관광객이 매년 10% 이상씩 늘어나야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증가한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 수가 4월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1월 0.7%, 2월 3.6%, 3월 2.3% 등으로 ‘게걸음’을 치다가 4월에는 지난해 같은 달 기록 54만 명에 못 미치는 53만2000명만이 입국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오히려 1.5% 줄었다.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7∼10% 수준을 유지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잇따른 실적 부진 소식에 정부는 물론 “2010년 외국인 관광객 1200만 명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서울시에도 비상이 걸렸다. 현재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80%가 서울을 방문하고 있어 외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지속되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도약한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경쟁력 떨어지는 한국 관광=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는 데에는 높은 물가수준과 원화 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 영향이 크다. 또 중국 일본 동남아 등에 불었던 한류 붐이 갈수록 약해지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관광공사와 서울시에 따르면 일본은 엔화 약세의 영향으로 내국인들이 예전보다 비싸진 해외여행 대신 국내관광으로 돌아서고 있으며(2.8% 감소), 중국은 원화 강세로 한국산 상품 가격이 올라가면서 보따리장수와 선박 승무원 등이 지난해에 비해 40% 가까이 줄어드는 등 전체적으로 3.2% 감소했다. 동남아 관광객들은 한국이 일본보다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한국보다 일본을 관광 목적지로 선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홍콩인의 경우 올해 1∼4월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를 방문한 관광객은 14.1%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베이징 오사카 푸둥 칭다오 등으로 가는 국제 단거리 항공노선을 신설하고 저가 항공기가 국제선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허용해야 외국인 관광객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비자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출입국 절차도 경쟁국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일본은 중국인 청소년 수학여행단의 비자를 면제해 주고, 아시아권 대학생에게도 비자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가격은 내리고, 볼거리는 늘리고=관광객 감소 추세를 되돌리기 위한 서울시의 관광객 유치 대책은 숙박요금 등 물가를 낮추고 외국인이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시스템을 바꾸며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등 전방위로 펼쳐진다.

이 중에서도 관광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체재비를 낮추는 조치가 가장 빨리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시내 38개 관광호텔 가운데 20개 관광호텔의 숙박요금을 20∼30% 내리는 조치를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시와의 협의를 통해 신라 하얏트 롯데 인터컨티넨탈 조선 프라자 힐튼 메리어트 등 특급호텔 16개가 숙박료 인하에 동참했다. 또한 식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저가 관광음식점을 지정해 운영하고, 요금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관광객용 교통카드를 7월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36인승 미만의 관광버스는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없어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이 있다는 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외국인 관광객이 탑승한 25∼35인승 관광버스도 버스전용차로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시행령 개정을 경찰청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관광자원 발굴 차원에서는 용역을 통해 개발한 30개의 테마 관광코스 중 10개를 선별해 8월부터 상품화하고 12월에는 남산 N타워 주변 정상부에 대형 경관조명의 불을 밝힐 계획이다. 또 성형수술 등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콜센터 상담실 등을 갖춘 의료관광 종합지원센터를 내년 3월 개관하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특화 의료상품을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관광지 안내시스템 개선

3차원 입체지도 보고 골라서 방문

여행을 할 때에 잘못된 안내표지판 때문에 낭패를 겪는 일이 종종 있다. 길을 잃은 순간 나타난 안내표지판을 따라갔다가 엉뚱한 목적지에 닿으면 “다시는 이곳에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매력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기 위해 똑똑하고 친절한 안내시스템이 필수적인 이유다.

서울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길 찾기’가 한결 간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주요 관광지와 대중교통의 안내시스템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시는 우선 2010년까지 5대 고궁, 서울숲, 남산공원 등 서울의 주요 관광지 9곳에 3차원 입체 지도를 볼 수 있는 안내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관광객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실제 모습과 흡사한 관광지의 모습을 살핀 뒤 필요한 곳을 선택해 방문할 수 있게 된다.

지하철 역사의 주변 지역 안내도에는 관광지를 나타내는 도안과 일본어, 중국어 표기가 추가된다. 시는 한글과 한문이 적힌 기존의 안내도를 한글, 일본어, 중국어 표기로 바꾸는 한편 관광지는 갈색으로 처리해 일반 지역과 구분할 방침을 세웠다.

6월에 시청 서울역 경복궁 안국 광화문 5개 역의 안내도 93개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 뒤 2008년까지 서울시 전체 지하철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2008년까지 승강장 안에서만 볼 수 있었던 열차운행정보 시스템이 지하철역 외부 출입구, 환승통로, 대합실에도 설치된다.

외국인이 자주 찾는 지역의 골목길 새 주소 명판에는 영문이 병기된다. 2008년 상반기에 이태원, 북촌 한옥마을, 신촌 등 10개 구 관광지역 196개 골목길 명판에 영문 표기를 추가한 뒤 서울시 전체 지역으로 확대 실시할 방침이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