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양상현 순천향대 교수의 이 책은 건축의 인간화에 큰 비중을 둔 새로운 ‘도시 건축과 인간 생활 읽기’다.
건축 기술 도시 인간 문제의 영역에 있어서 가장 권위 있는 학자로 인정받는 미국의 루이스 멈퍼드는 “인간의 필요와 인간의 상호작용, 인간의 반응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는 건축은 그 어떤 정당한 인간적인 의미에 있어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현대 건축은 명백한 생물이다. 건축은 인간의 인간화를 통하여 도시의 다양한 표정과 살아 있는 형태를 끊임없이 창조해 나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양 교수의 건축 만들기는 다섯 장에 나눠 건축의 인간주의 정신, 조화(Harmony), 대화(Dialogue), 포옹(Hug), 멋(Style), 꿈(Future) 등을 아름다운 느낌과 정신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끊임없이 ‘시인(詩人)주의적 건축’을 외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위대한 시인 괴테가 ‘건축의 인간적 관심’으로 제시한 바 있는 세 가지와 거의 일치한다.
괴테는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을 볼 때는 세 가지를 주의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건물이 올바른 장소에 서 있는가, 그 건물이 안전하게 건축되었는가, 그 건물이 조화와 질서를 이루며 아름답게 관리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바로 그런 건축이 살아 있는 건축이요, 꿈꾸는 건축이다. 왜 저자는 건축읽기에서 ‘거꾸로’ ‘뒤집어’라는 말을 반의적(反意的)으로 사용했을까. 그것은 건축에 있어서 저자 자신의 새로운 해석, ‘창조적 가치’를 암시한다.
만약 도시 속에 내장된 문화장치들이 저자의 지적처럼 ‘화목한 조화’, ‘상호간의 너그러운 대화’를 무시하거나 잃게 된다면 과연 우리의 도시와 인간생활은 어떤 형태와 모습이 될 것인가.
냉정하고 무표정한 기계적인 건축 양식은 삶의 다양성을 추방할 것이다. 그런 도시는 높이 치솟는 ‘고층건물(Sky Scrapper)’에 누더기 헝겊을 붙인 흉물에 불과할 것이다.
저자가 새롭고 도전적이며 창의적인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건축을 잘 알거나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아주 새로운 처방전을 내려주고 있다. 그건 마치 미국 심장센터의 오시이 박사의 말처럼 “알약이나 수술만이 만병통치는 아니다. 알약 대신 느낌을 먹어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느낌을 잊었거나 아름다움을 무시한 건축은 황량한 도시 바다에 세워진 회색 모래 덩어리거나 비단에 헝겊을 오려 붙인 꼴불견에 불과하다.
그러나 꿈꾸는 사람은 ‘벽을 오를 수 없을 때 문을 만든다’. 건축가 양상현이 바로 그 꿈을 아름답게 짓기 위해 쓴 책이 바로 ‘거꾸로 읽는 도시, 뒤집어 보는 건축’이다.
김영목 시인·도시사회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