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직전에 어느 교수에게서 리포트를 돌려받았다. 리포트에는 점수와 함께 “무난한 보고서라서요”라는 코멘트가 적혀 있었다. 리포트 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친구에게는 “참 잘 썼습니다”라는 코멘트가 있었다. 결과를 받아들고 우리는 둘 다 혼란에 빠졌다. 어떤 점이 무난했는지, 또 어떤 점을 참 잘 썼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리포트에 코멘트를 달아서 돌려주는 교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학점만 적어서 리포트를 돌려주거나 아니면 아예 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학생은 자신이 밤을 새워 가며 작성해 제출한 리포트가 제대로 된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알기 어렵다.
시험 답안지는 더욱 심하다. 서술형으로 답안지를 쓰는 법학과와 경영학과 등 사회과학대학이나 국문과 등 문과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시험 성적을 받고도 왜 그런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회화 수업도 마찬가지다. 발음의 문제인지, 내용의 문제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학생은 결과만을 통보받는다.
지난달 서울의 여러 대학이 답안지와 리포트 돌려받기 운동을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취지는 답안지나 리포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한 피드백을 요구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어느 학생은 “답안지 돌려받기 운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안지를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한 대학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문과대에서 했다고 알고 있는데, (내가 다니는) 법대에서도 했대요?”라고 물을 정도였다.
학교나 교수 처지에서도 할 말은 있다. 외국과 달리 한국의 대학은 교수당 학생의 비율이 너무 높아 모두에게 피드백을 해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일일이 코멘트를 달아 주면 교수와 조교는 언제 연구를 할 수 있겠느냐고 얘기하기도 한다.
학생이 좋은 학점을 받기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답안지나 리포트에서 어떤 부분이 잘못됐고 무엇을 수정해야 하는지, 어느 부분을 더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대학 수업을 제대로 소화할 방법이 알고 싶다는 뜻이다.
학교는 학생의 잘못된 점을 고쳐주고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는 곳이라 배웠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정확한 평가가 기재된 리포트와 답안지를 돌려주는 것은 학생을 위한 진정한 교육의 시작이 아닌가 생각한다.
장현희 숙명여대 법학과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