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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미학, 건축이야기 20선]가우디, 공간의 환상

입력 | 2007-06-20 03:08:00


스페인의 정서는 그들의 온화한 기후만큼, 따뜻한 피를 지닌 인간의 몸처럼, 다소 육체적이고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살과 피가 섞이고 튀는 투우, 어둡지만 화려한 환영을 내뿜는 플라멩코의 정열은 700년간에 걸친 아랍인의 지배, 그리고 그 지배 뒤에 찾아온 유럽의 합리주의 저편에서 그들만의 인간적 면모에 독특한 색채와 형태미를 부여했다. 스페인의 이 같은 배경은 그들의 정서를 마음껏 펼친 한 건축가를 탄생시킨다. 바로 안토니오 가우디다.

그가 설계한 주택을 보고 사 달라고 조르는 아이의 모습이 신문의 풍자만화로 그려질 만큼 그는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반대로 누군가는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라고 그를 칭송했으니 가우디만큼 대중에게 알려진 건축가도, 그만큼 극단적 평가를 받는 건축가도 별로 없을 것이다.

별이 미끄러지듯 회전하는 것과 같은 기둥은 그에게 자연의 형상을 기초로 한 하늘의 섭리를 드러내는 방법이었다. ‘아름다움은 생명이며 생명의 움직임으로 인간은 존재한다. 골격은 근육을 이용하여 우리 몸을 움직이는 지렛대로 예술적 표현은 골격에 해당한다’고 하였듯 그는 움직이는 골격의 형태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이 아름다움의 본질적 모습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이 책은 가우디의 일기, 작업 기록 등 생전 그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건축을 하며 그가 어떤 생각에 잠겨 있었고 어떤 이상을 추구하려 했는지가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그가 직접 쓴 글을 보면 아무래도 그는 자연 및 신과 인간적으로 소통을 했다는 느낌을 준다. 그가 제시하는 예시는 그의 건축만큼이나 무척 직접적이고 쉽게 설명된다.

가우디는 이를 생명의 감각이라 말한다. 직선과 투명할 만큼의 간결함으로 우주적 신성을 공간적으로 구현한 20세기 건물을 사모하는 사람이라면 이 직접성이 오히려 낯설 수 있다.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생트샤펠 성당과 파르테논 신전의 사진들은 가우디의 다른 건축사진과 대조되면서 동시에 그의 건축물이 얼마나 독특한지를 확연히 보여 준다. 천진한 발상으로 대건축가의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능력이리라.

“기뻐하라!”

이 말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시계태엽을 감는 사람이 한 말이다. 즐거움과 기쁨이라는 단어 외에 생각나는 단어가 없었던 그에겐 이 건물은 위대한 기쁨이었다. 예술은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 가우디의 건물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책 후반부는 가우디에 대한 평론으로 채워진다. 그의 육성과 평론가의 설명이 그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돕는다.

김개천 국민대 실내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