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정부산하기관 부실·방만한 경영실태 드러나

입력 | 2007-06-20 16:40:00


정부산하기관의 경영이 심각할 정도로 부실하고 방만하게 운영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허위 계약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거나 규정에도 없는 복리후생비를 수십억 원씩 지급해온 곳이 적발됐다.

20일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은 인력규모를 자체 검토해 상위직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직급별 인력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까지 했으나 며칠 뒤 늘린 인력 중 34%를 상위직으로 구성한 사례가 적발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직급별 정원 규정을 두지 않고 매년 하위직을 상위직으로 과다 승진시켜 관리자급인 '책임급' 직급자가 직원의 58.4%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될 정도로 인사관리가 방만하게 이뤄진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도 2005년 1월 주택금융부를 신설한 후 그 해 7월 인력을 늘리기도 했으나 작년 3월 현재까지 업무실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청탁을 받고 직원을 특별채용한 사례도 적발돼 한국전기안전공사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지인들로부터 인사청탁을 받고 형식적인 인사위원회 절차만 거친 뒤 16명을 부당하게 새로 채용했다.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의 1급 승진 대상간부는 자신이 직접 승진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결국 1급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규정에도 없는 복리후생비 등을 부당하게 지급하거나 정부 지침을 어겨가면서까지 인건비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등 예산편성과 집행에서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2002~2005년 4년간 정기상여금 지급률이 연 400%임에도 불구하고 정원과 현원의 차이 등으로 발생한 인건비 잔액을 정기 및 특별상여금 명목으로 모두 33억여 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2001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수의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상대방과 공모해 계약내용보다 물품을 부족하게 납품받은 후 차액을 돌려받아 조성한 1억8570만 원의 비자금을 간부 개인 용도나 노조 집행부에 향응을 제공하는 데 사용했다.

한국산업안전기술공단은 건설교통부 장관의 승인 없이 2005년 30억7000만원을 급여성 복리후생비로 지급한 사례가 적발됐다.

이 밖에도 부당한 방법을 통해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부적절한 사례가 많이 적발됐다.

한국수출보험공사는 노조의 요구에 따라 필요도 없는 뉴델리 사무소 등 해외 사무소를 개설했다고 지적됐다.

감사원은 이들 적발 기관의 책임자와 당사자에 대해 검찰고발, 주의촉구 등의 조치를 취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부터 2개월간 한국건설관리공사 등 95개 정부산하기관에 대한 경영혁신 추진실태를 감사한 결과 115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2005년 10월부터 전면적인 계획을 수립해 실시하고 있는 금융공기업, 건설공기업 등 공공기관에 대한 특별감사의 일환으로 실시된 것. 이번 감사는 △조직 및 인사관리 △예산편성 및 집행분야 △계약 관리 △산하기관에 대한 지도감독 분야 등으로 나뉘어 이뤄졌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