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무역투자 진흥 공기업인 KOTRA는 2005년 4월 숙원을 풀었다.
1962년 창립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출신 인사를 사장으로 맞게 된 것. 이전까지는 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나 정치권 인사들이 사장으로 왔다.
KOTRA의 숙원을 푼 주인공이 현 홍기화(60·사진) 사장이다.
홍 사장은 KOTRA 근무 시절 보여 준 뛰어난 업무 능력과 함께 해외 무역관 근무 시절 맺은 탄탄한 인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75년 KOTRA에 입사한 홍 사장은 영국 런던과 호주 멜버른, 미국 뉴욕 시카고 등 세계 교역의 중심 도시에서 11년간 근무하면서 현지에서 같이 근무한 다른 나라 주재원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맺은 ‘글로벌 마당발’이다.
○해외 인맥 탄탄한 ‘글로벌 마당발’
홍 사장이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는 해외 인사는 줄잡아 300여 명에 이른다.
KOTRA 관계자는 “현재 KOTRA 무역관이 개설돼 있는 73개 국가에는 대부분 홍 사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현지인이 몇 명씩 있다”며 “세계 각국의 주재원들이 많이 근무하는 런던 뉴욕 시카고 등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다국적 인맥’을 형성하는 게 가능했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해외 주재원뿐만 아니라 현지인들과도 친분을 쌓아 필요할 때 ‘활용’했다.
그는 시카고무역관 관장으로 근무하면서 디트로이트 무역관을 개설하는 업무를 맡았다.
무역관 개설 업무 중 가장 어려운 일은 사무실을 구하는 것이었다. 예산이 부족한 데다 당시 디트로이트 시내에는 사무실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KOTRA 본사에서는 직원은 보내되 사무실 없이 재택근무를 시킨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홍 사장은 현지인들과의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반드시 사무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시카고에서 근무하면서 다진 인맥을 동원해 디트로이트 시내에 ‘저렴한 가격’에 사무실을 빌리는 데 성공했다.
○‘언어는 기본, 교양은 필수’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면서 해외 근무 기회가 많아지고, 해외 출장이 더는 ‘특별한 외출’이 아닌 일상의 한 부분이 되고 있는 시대에 ‘글로벌 마당발’이 되기 위한 자질은 무엇일까.
홍 사장은 현지인들과 사귀기 위해서는 언어는 기본이고 교양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해외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한국 주재원이 현지인이나 현지에 부임한 주재원들과 비즈니스 파트너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는 것도 상당 부분 교양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해당 국가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이해 등 교양이 없다면 업무에 관계된 일 외에는 다른 대화를 할 수가 없고 개인적인 친분을 쌓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인터뷰 중간 중간 “제가 해외에 인맥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개인 역량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KOTRA라는 조직과 브랜드의 힘 때문이었다”는 말을 몇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