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행업계는 7월 1일 롯데JTB의 출범을 앞두고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롯데JTB는 롯데닷컴과 일본의 대형 여행사인 JTB의 합작회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업계 판도를 뒤바꿀 ‘A급 태풍’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여행업계는 상위 여행사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중소 여행사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행업계의 양극화는 롯데JTB의 출범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JTB “한중일 3국 묶는 상품 개발”
22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개발 등 매출 상위 5대 여행업체의 국내여행객 해외 송출 비중은 매출액 기준으로 1997년 33.3%(2377억 원)에서 2006년 51.6%(1조8712억 원)로 크게 높아졌다.
이런 쏠림 현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세중나모여행사 등이 인수합병을 통해 증시에 상장돼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 올해 5월에는 롯데관광개발과 농협교류센터의 합작법인 농협롯데관광이 탄생했다. 6월에는 대기업 계열사인 레드캡투어가 여행도매사 오케이투어 지분 40.0%를 취득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다음 달 1일 롯데JTB의 출범은 이런 여행사 대형화 추세의 하이라이트. 일본 JTB는 전 세계 31개국 80개 네트워크를 갖춘 대형 여행사로 면세점 백화점 호텔을 가지고 있는 롯데그룹과 손잡을 경우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익 롯데JTB 대표는 “한중일 3국을 묶는 관광상품이나 FIT(여행 일정을 고객이 스스로 설계하는 상품) 개발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중목 한국관광협회중앙회장은 “롯데JTB가 목표대로 2011년 120만 명의 내국인을 해외여행 보내면 패키지 해외여행상품의 3분의 1을 잠식하게 된다”며 “국내 여행사의 기반이 송두리째 뽑힐 것이다”고 우려했다.
○중소 여행사는 갈수록 어려워져
중소형 여행업체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국내 여행사 수는 해외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10여 년간 두 배 이상 늘어났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여행상품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1990년대엔 100만 원 하던 중국 베이징(北京) 3박 4일 패키지 상품이 평소 왕복 비행기 값도 안 되는 19만9000원짜리까지 나와 있다.
한 중소 여행사 관계자는 “가격경쟁에 누구보다 취약한 것이 중소 여행사”라며 “대규모 자본 앞에서 더욱 견디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를 국내 여행업의 질적 도약을 위한 기회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상태 선임연구위원은 “풍부한 자금과 외국 여행사의 노하우는 여행업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