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투표일 변경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총리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듣지 않은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참의원 자민당 의원이 21일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와 공동여당인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대표의 회담 결과를 전해 듣고 분을 삭이지 못해 쏟아낸 말이다.
아베 총리가 야당은 물론 여당인 자민당 일각의 반발까지 무릅쓰면서 참의원 선거를 향해 도박에 가까운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아베 총리와 오타 대표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열린 회담에서 공무원제도와 사회보험청 개혁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참의원 회기를 12일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2일로 예정됐던 참의원 선거는 29일로 1주일 늦춰지게 됐다.
선거일 연기에 대해 상당수 자민당 의원이 반발하는 이유는 득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
야당이 반발하는 상황에서 시간표를 정해 놓고 법안을 밀어붙이면 모양이 좋지 않다고 반대파 의원들은 지적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중의원의 한 자민당 중진의원은 “투표일을 1주일 늦춰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하면 퇴진이다”고 말하는 등 이번 조치는 선거 결과에 따라 아베 총리의 진퇴 논란으로까지 발전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혼란에 빠졌다.
아오모리(靑森) 현 하치노헤(八戶) 시는 20일 참의원 선거에 대한 안내문이 담긴 공보 9만600부를 이미 발송했다. 그러나 투표일이 늦춰짐에 따라 모든 가정에 수정문을 다시 보내야 할 처지다.
선거장에 붙일 포스터를 다시 인쇄해야 하거나 개표장을 다시 물색해야 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는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대 의원들에 대해서는 “선거에 지고 이기는 것보다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렇지 않은 정치가는 그만두는 것이 낫다”며 역공세를 펴고 있다.
아베 총리는 또 “민간에서는 인사제도가 연공서열에서 능력 본위로 전환돼 생존을 건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공무원은 누구도 책임지는 일이 없다”면서 “무능한 공무원은 퇴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승부수가 반드시 선거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닥권을 헤매고 있는 지지율을 만회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