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이 북한에 두고 온 배우자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서울 가정법원 가사8단독 이헌영 판사는 이모(33) 씨 등 새터민 13명이 “북한에 두고 온 배우자와 이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22일 이 씨 등에게 승소 판결했다.
이는 올 2월 남한 내 새터민의 이혼 특례 조항을 마련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나온 첫 판결이다.
북한이탈주민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새터민이 북한에 두고 온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청구 소송을 내더라도 법원은 소송 관할, 소송 서류의 송달 문제 등을 이유로 판결을 미뤄 왔다.
재판부는 “북한이탈주민법의 개정 취지와 이 씨 등이 북한을 이탈하게 된 경위, 남북 분단으로 서로 간의 왕래나 서신 교환이 자유롭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혼인관계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어 보인다”며 이 씨 등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개정된 북한이탈주민법은 남한에서 호적을 취득한 새터민이 북한에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은 북한의 배우자에게 공시송달을 할 수 있게 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당사자의 소재를 알 수 없을 때 소송 서류를 법원이 직접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대신 법원 게시판이나 신문 지면에 게시하는 것으로 공시 후 두 달이 지나면 송달이 이뤄진 것으로 간주된다. 현재 서울가정법원에는 새터민이 청구한 이혼 소송 429건이 계류 중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