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직선거법 위반 결정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 청구 사건의 주심을 노 대통령이 직접 추천해 임명한 송두환 재판관이 맡게 됐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22일 이번 사건을 ‘주요 사건’으로 분류하고 전자추첨을 통해 송 재판관을 주심 재판관으로 결정했다.
노 대통령이 추천해 임명된 송 재판관이 주심을 맡은 데다 재판관 9명이 모두 2004년 노 대통령 탄핵 사건 이후 노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재판관이 됐다는 점에서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004년 5월 탄핵 심판과 10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심판 당시 헌재와 노 대통령은 그다지 좋은 관계가 아니었다.
탄핵 사건 때 헌재는 ‘기각’ 결정을 했지만 노 대통령이 공무원으로서 선거중립과 대통령으로서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했음을 명시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선 위헌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사건도 ‘각하(심판청구가 형식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결정)’되거나 ‘기각(본안을 판단해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일각에선 “주심 재판관을 비롯해 재판관 9명이 모두 2004년 탄핵 사건 이후 노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재판관이 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판관 9명 중 상당수가 과거 두 사건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 대통령에게 ‘우호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은 일단 송 재판관이 속한 제3지정재판부에서 사전 심사를 통해 법적 요건을 따지게 된다. 제3지정재판부는 송 재판관과 이공현 김종대 재판관이 속해 있다.
김 재판관은 노 대통령 탄핵 사건 변호인단의 일원이었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추천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열린우리당의 추천을 받은 조대현 재판관은 노 대통령의 사법시험 17회 동기 모임인 ‘8인회’ 멤버다. 이공현 민형기 김희옥 재판관도 비교적 진보 쪽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노 대통령이 위헌 결정을 얻어 내기 위해선 재판관 9명 중 6명의 찬성이 있으면 된다.
물론 헌재 주변에선 “전례가 없는 사건이어서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새로운 판단이 나올 수 있겠지만 누가 추천했는지, 평소 판결 성향이 어떤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지정재판부는 통상 30일 이내에 적법 요건 검토를 마치고 바로 ‘각하’하거나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게 된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사건처럼 곧바로 전원재판부에서 적법 요건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드는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기로 했다.
박성수 대통령법무비서관은 22일 “이번 사건 비용은 대통령 개인 차원에서 지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헌법소원이 대통령 개인의 송사라는 점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는 21일 헌법소원 주체를 ‘개인 노무현’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변호사 선임료 액수와 지불 여부에 대해 “변호사와의 사적인 내용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盧대통령-송두환 주심 인연
노무현 대통령이 낸 헌법소원 심판 사건 주심에 송두환(58)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선정되면서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송 재판관(사법시험 22회)은 서울민사지법 판사 등을 거쳐 1990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3년 노 대통령에 의해 ‘대북송금 사건’ 특별검사로 임명됐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우정권, 송두환 두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는데 노 대통령은 송 재판관을 지명했다. 당시 송 특검은 ‘국민의 정부’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북한에 1억 달러를 제공한 사실을 밝혀냈다.
송 재판관은 2005년 대통령 직속 중앙인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창립 멤버인 진보 성향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2000년부터 2년간 회장을 지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