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몰리는 데만 몰린다.’ 이는 본보가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2002년과 2006년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진료 과목 20개(의원 10곳 미만인 결핵과와 핵의학과는 제외)의 시군구별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국내 최초로 전국 시군구에서 전문의가 개업한 의원(통상 병상 20개 미만인 1차 의료기관)을 조사한 결과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서울 강남구의 의원은 모두 920곳으로 전국 의원 2만5789곳 가운데 3.6%를 차지했다. 2위 송파구는 391곳, 3위 서초구는 380곳으로 각각 1.5%였다. 강남 3구의 전국 의원 점유율은 6.6%로 의원 100곳 가운데 6곳이 몰린 셈이다.》
전체 20개 과목 가운데 ‘동네 주치의’ 구실을 하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가정의학과가 강남 3구에 개업한 의원은 432곳으로 전체 9433곳의 4.6%를 차지했다.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인기과 의원들의 집중현상은 심한 편이었다. 성형외과는 전국 629곳 가운데 29%인 183곳이 강남구에서 개업했다. 피부과도 전국 838곳 중 9%인 77곳이 강남구에 몰렸다. 이 외 강남구는 안과 이비인후과 등 총 12개 진료과목에서 1위를 했다. 지방에선 부산 부산진구와 대전 서구가 강남 3구 수준의 ‘의료 특구’에 해당했다. 의료 특구는 교통이 편리하고 경제력이 있는 인구가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의료 수요를 흡수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진료 과목 간 부침도 두드러졌다. 과거 개업이 힘들어 비인기과로 분류됐던 병리과, 마취통증의학과, 흉부외과 개업의가 2002년에 비해 2006년에는 1.5∼3배나 늘었다. 병리과와 마취통증의학과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생활상이, 흉부외과는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간소한 수술법이 변화의 원동력이었다.
전문의가 한 곳도 없는 ‘전문의 무의촌’ 지역도 적지 않다.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등 주요 5개 과목 개원의가 한 명도 없는 시군구가 5곳, 또 산부인과 무의촌은 50곳이었다.
경희대 의료산업 연구원 신은규 실장은 “이번 동아일보의 분석은 의료상권 및 국내 의료산업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라며 “세월에 따른 변화와 특정 과목의 부침을 알려주는 소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