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서는 재건축 이후 신축되는 아파트의 평형 배정과 관련한 법원 판결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기존에 큰 평형을 가진 조합원이 재건축 이후 평형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한 경기 과천시 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의 관리처분계획이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소송은 조합이 평형 배정방식을 중간에 바꾼 데서 촉발됐습니다.
사업 초기 조합은 조합원에게서 재건축 결의 동의서를 받을 때 ‘조합원 간 경합이 있으면 공개 추첨에 의한다’라고만 적었습니다. 큰 평형 소유자가 평형 선택 우선권을 갖는다는 점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지요.
조합은 평형을 배정하는 추첨을 할 무렵 관리처분 총회를 열어 “경합이 있으면 개인별 권리가액이 많은 순으로 순위를 정한다”고 규정을 바꿨습니다.
당연히 기존 소형 평형 소유자들은 우선권에서 밀려 작은 평형을 받게 되자 강하게 반발했고, 갈등은 소송으로 비화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큰 평형 소유자에게 재건축 이후 평형에 대한 우선 선택권을 주는 것이 반드시 무효인 것은 아닙니다.
현재 주택재개발 사업에 적용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52조는 ‘주택의 공급순위는 기존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가격을 고려’해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본 변호사의 판단으로는 재건축 사업에서도 이 같은 배정방식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단 이렇게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조합은 사업 초기 재건축 결의 동의서를 받을 때 기존 큰 평형 소유자에게 평형 선택 우선권을 준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합니다.
둘째, 최초 동의서에 이런 조항을 넣지 않았다면 조합원 분양신청 전에 기존 큰 평형 소유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내용을 적은 동의서를 전체 조합원의 5분의 4 이상에게서 서면으로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 큰 평형 소유자가 가진 평형 선택 우선권에 불만을 품은 조합원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고 현금 청산(아파트 값을 조합에서 받는 것)을 통해 조합을 탈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조영 건설교통부 고문변호사·www.r119.co.kr